점심 이탈

청록색 혼밥러

by 살믄녀행


도망치듯 벗어난 걸음이 향하는 곳은 항상


인기척 없는 강변의 산책로이다.


홑겹 외투로 버티기 점점 버거워지는 가을 바람.


혀의 즐거움과 육신을 채우는 포만감 대신 선택한


두유 한 개 맛없는 에너지바 한 개.


이런 나를 이해 못할 것 같은 부류의 인간들은


이 시간에 대체로 함께 먹고 함께 산책한다.


그들의 인기척이 싫어 산책로 옆 벤치에 늘


사람의 경로를 등지고 앉아서는


노랫소리로 귓구멍을 꽉꽉 채운다.



두 부대 정도의 타인과 함께하는 공간에서


나는 내 흔적을 어디에도 묻히고 싶지 않다.


지저분한 얼룩이건 세련된 색의 무늬이건 말이다.


그저 티 안나게 제 일 하는 벽시계처럼


그 공간에서 시간을 버텨내고 싶다.



그리고 뛰쳐 나가야겠다.


흔적을 묻히고 싶은 곳으로


비록 잠시이지만


그 순간 그 곳의 나는 자유로운 청록색 무늬이다.


마음껏 묻히고 강물에 탈탈 씻고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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