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아빠는 되기 싫었다.

출산 전 취업 준비

by 살믄녀행

7년을 다닌 직장을 퇴사한 후


우리는 사업을 시작하고자 했다.


아내는 학교 졸업 후 사진관을 운영하며


이미 개인 사업에 대한 경험이 있었고


우리는 열심히 준비를 시작했다.



그때의 나는 사업을 준비하면서 불안했다.


차마 아내에게는 말 하지 못했지만


나는 수시로 채용공고를 찾아보곤 했다.


공기업 7년, 이게 내 경력의 전부였기 때문에


내가 찾던 공고도 나의 경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이가 엄마 뱃속에 찾아왔던 그 해 봄이 가고


여름이 되자 나는 결국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했다


수험서를 사서 공부하고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아이를 만날 겨울이 가까워지면서


불안함도 점점 커졌다.



도시락을 싸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출산 전 준비해야 하는 것들은 너무도 많았고


여행 후 남은 퇴직금은 내 점심값이 아닌 아이를 위한 몫이라고 생각했다.


밥에 비벼먹을 반찬 한 가지


그리고 고봉밥


도서관 앞 공원에서 도시락을 까먹었다.


이상하게 공부가 즐거웠다.


그때 나는 이상하게 왠지 잘 풀릴 것 같은 확신이 있었다.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시험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고


면접의 기회들이 찾아왔다.


그렇게 첫번 째 기관의 면접시험을 치른 가을이 끝나고


두 번째 면접의 기회가 12월에 있었다.


예상질문과 답변들을 웅얼거리고 있을 때


첫 면접의 결과문자가 왔다.


합격이었다.


두 번째 기관보다 여러 조건들이 더 낫다고 생각했던 곳이었는데 그 곳에 최종합격이 되었다.


두 번째 면접시험 내내 긴장이 전혀 되지 않았고 오히려 웃음이 나와서 참기 힘들었다.


그 덕분인지 면접은 망쳤다.


예상질문들이 나왔는데도 달달 외운 답변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면접장을 나와 주차장에서 기다리던 아내에게 서프라이즈를 하고 싶었다.


면접을 망쳤다고 했다.


아무래도 합격은 힘들 거라고.


이후 조금은 뻔한 연기로 반전을 주고자 했으나


아내는 오늘이 첫 번째 면접 발표일인 것을 알고 있었고 이미 내 표정으로 합격을 알아버렸다.


수고했다고 했다.



특히 나의 부모님이 가장 기뻐했다.


엄마의 말에 의하면


아빠는 노래를 부르며 설겆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백수 아들이 아빠가 된다고 하니


며느리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보였었는데


마음고생을 하셨나 보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출근을 하게되었다.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 3주 전 이었다.



비로소 내가 아비 노릇을 할 준비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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