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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원재 Mar 18. 2024

일본 워홀#2

한 달의 경험, 앞으로의 다짐

 일본에 들어온 지 한 달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한 달이란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갔습니다. 면접도 몇 번인가 봤고, 도쿄의 관광지들도 여러 곳 둘러보고 홀리데이를 즐겨왔습니다.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상태에서 왔기에 큰 불편함도 없었고 무엇보다 일본인인 여자친구와 잠깐의 동거 생활을 했기 때문에 정말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 와서 참 즐겁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런저런 일을 겪고, 유쵸 통장을 만들기 위해 우체국에 갔을 때 직원에게 일본어 할 줄 아냐는 식의 대놓고 무시당하는 경험도 있었지만 이 또한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제가 일본어로 말하고 있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통장이 만들고 싶다면 예약을 한 뒤, 일본어가 가능한 사람을 동행해서 오라고 설명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대화하는 건 일본어인데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듣고서도 어안이 벙벙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좋은 경험입니다. 누가 듣기에도 제 일본어는 외국인의 그것이기 때문이었겠죠. 부족한 실력을 더 키워보겠다 다짐한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일자리도 이것저것 찾았습니다. 하루빨리 일본에 정착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인데, 딱히 내세울만한 전공이나 자격증이 없는 저로서는 망망대해에서 헤매는 기분을 느낍니다. 영어를 그리 잘하는 편도 아니고, 개발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니니 딱히 찾을 수 있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풀타임으로 직장을 다니며 무언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좀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무슨 자신감이었을까요. 면접에서 매번 듣는 "일본어 잘하시네요"라는 칭찬의 본래 의미를 알게 된 건 오래지 않아서였습니다. 단지 '외국인치고'라는 말이 생략된 말이라는 것을요.


 나는 무엇을 바라고 이곳에 왔나? 하는 생각이 근본적으로 들었습니다. 왜 이국땅에 와서 살려고 하지? 하는 생각 말입니다. 그냥 외국 생활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나머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뜬구름 잡는 소리만 늘어놓던 저를 책망하기도 합니다.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낙천적인 정신 승리 끝에 왔지만 생각보다 쉽게 나아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맥없는 소리를 늘어놓기만 하는 것도 이상합니다. 어쨌든 저는 일본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생활에도 큰 불편함은 없고 아무도 저를 모르는 곳에 있는 자유가 즐겁습니다. 여기에서 느끼는 친절은 정말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정제된 친절이고, 황송할 정도로 대우해주는 곳들에 감사함을 느끼면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습니다. 


 사이제리아같은 값싼 패밀리 레스토랑의 맛, 에도가와의 멋진 풍경, 동네를 걷다가 발견하는 마을의 오래된 작은 빵집의 냄새 등 참 일본만의 풍경에 익숙해져가고 그것이 나의 정서와 맞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요즈음 한국에서는 보지 못하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다보면 이곳은 아직 역동적인 나라라는 것을 느끼기도 합니다.


 지금은 아르바이트에 대한 고민이 머리에 가득합니다. 비싼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면서도 제가 좋아하는 러닝을 계속할 수 있도록, 삶과 일의 양립이 가능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알바 면접 연락이 오지 않아 떨어졌구나, 하고 낙담하고 있습니다만 어떻게든 되겠죠. 저는 아무것도 안하고 잘 되기만을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아등바등하고 있으니까요. 할 수 있는 만큼 도전하고 실패하다보면 기회는 올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까짓거 정 안되면 한국에 가면 되죠 뭐. 오키나와의 유명한 말, "なんくるないさー”

(난쿠루나이사-)의 의미는 무작정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믿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열심히 하다보면, 어떻게든 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선생님께서 언젠가 제게 이런말을 한적이 있습니다. "야, 행복이란건 결핍에서 오는 거다. 담배도 피우고 싶을 때 피우는 게 아니라 참다가 피면 더 맛있어." 맞습니다. 이런저런 걱정들 끝에 결국에 일이 풀려갈 때의 행복감은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제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크고 작은 어려움에 부딪혀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중이라면, 곧 어떻게든 될 겁니다. 정말 그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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