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아무런 대가나 조건 또는 의미 없이.
삶에서 자꾸 큰 의미를 찾고 이득과 손해만 따지면 항상 손해를 보는 것 같다. 무수한 갈림길에서 미지의 것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주저했다면 지금 누리는 삶의 기쁨 역시 없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당장 눈앞의 손익과 미래의 손익, 그것을 예측할 수 있다면 인간의 주식시장은 꽤나 지루한 것이 되었을 것이다.
인생사 새옹지마라 하였다. 지금 이렇게 된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돌아올지,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무언가를 시작함에 있어서 '그냥' 해보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닐까.
크게 이룬 것 없는 삶을 살아가는 나지만, 스스로 그냥 시작했던 몇가지 것들이 적어도 방향을 희미하게나마 비추어주는 불씨가 되고 있다.
일본어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이게 정말 인생에 큰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시작했던 공부였다. 중고등학생때도 곧잘 했던 제2외국어 과목이기도 했고 일본 애니메이션과 영화도 좋아했으니 흥미가 있었다. 그래서 회사를 다니며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엔 딱히 목표랄 것도 없었다. 이게 큰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은 안했기 때문이다. 이걸 배우고 공부해서 어떤 이득이 있지? 하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냥… 영화가 더 재밌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JLPT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었다. 처음 학원을 등록했던 것도 회화학원이었고, 세 달정도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고 시작한 것은 천성인어 필사였다. 그렇게 매일매일 하다보니 재미가 있었고, 무엇보다 그 어떠한 것에 얽메이지않고 하는 순수한 공부라는 점에서 즐거웠다. 초반 한두달의 시간이 지나고는 시간도 한시간 이상을 투자하진 않았다. 물론 필사에 투자한 시간만 그렇다. 계속해서 일본어로된 콘텐츠, 라디오방송을 보며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아직 내가 워홀 막차를 탈 수 있는 나이라는 것을 알았고 일본 워홀을 준비하기 위해 N2도 땄다.이 자격증이라는 것도, 워홀 신청을 할 당시에는 있지도 않았어서 사실 워홀 가는 것 자체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못했으나, 지금 이렇게 일본에서 먹고 살 수 있게 된 데에는 큰 영향을 주었으니 새옹지마가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일본어로된 원서도 읽는 속도가 빨라졌고, 일본 내에서 새로운 자격증 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ITパスポート(IT패스포트)라는 시험인데, 아주 기본적인 경영용어, IT산업 전반을 다루는 얇고 넓은 지식을 요구하는 자격증 시험이라고 한다. 무슨 쓸모가 있냐고? 모른다. 그냥 해보고 이 영역이 재밌으면 더 공부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어쨌든 이직을 하고 싶으니 없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 당장 10년후가 아닌 내년의 일도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 지금의 삶이다. 당장 오늘 할 수 있는 것을 되는대로 해보면, 분명 어쨌든 달라져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