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현철 Nov 03. 2022

나는 뛰는 게 더 좋아요.

방방이에서 실현되는 너의 점핑을 응원한다.

맑은 가을 하늘과 시원한 억새의 향기가 코를 스치는 깊어진 가을, 교실에만 있기는 답답한 요즘입니다. 이제 더 추워지면 바깥활동을 하기도 더 힘들어질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아이들 또한 오전에 계속된 수업으로 지친 모습, 활기를 넣어줄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수교사는 임기응변에도 능해야 하는 법. 

언뜻 학교에 마련된 방방이를 떠올렸습니다. 정식 명칭은 트램펄린인데 왠지 트램펄린이라는 이름은 입에 붙질 않습니다. 교육적인 입장에서라도 가능하면 정식 명칭을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나지만, 이건 왠지 타협하고 싶지 않은 부분입니다. 예전 우리들의 추억과도 연관이 있어서일까요? 방방이를 트램펄린이라고 부르면 왠지 추억 속의 한 부분이 지워지는 느낌입니다. 


"얘들아, 방방이 타러 갈까?" 


반짝이는 아이들의 눈빛을 봅니다. 갑자기 교실에 활력이 불어옵니다. 보조인력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의 겉옷을 입히고, 실내화를 갈아신습니다. 그리고 운동장으로 출발!




물론 지금 4교시는 시간표상 체육은 아닙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주간 교육활동계획에 위배되는 일이지요. 원래 과목인 사회에 '공공 놀이시설 바람직하게 이용하기'를 끼워 넣은 것은 억지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그것인데요. 특수교육은 그런 것 같습니다. 언제나 '학생의 장애특성과 계절적,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여'라는 조건이 붙습니다. 그 덕분에 특수교사는 조금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시간이 그렇습니다. 저는 사회적 상상력을 조금 발동하여 함께 사용하는 놀이시설을 바람직하게 이용하는 방법과 예절을 우리 학교 트램펄린에서 실습하기로 합니다. 


다섯 명의 아이들과 두 명의 보조인력

그것은 다시 말하면 그만큼 교육활동을 수행하기 어려운 환경임을 반증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교실엔 정이 있습니다. 오리O에서 판매하는 초코가 입혀진 파이 말고 말입니다. 




운동장 한켠에 마련된 트램펄린은 특수학교 아이들의 안식처입니다. 신발을 벗고 들뜬 마음으로 방방이에 올라갑니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만납니다. 자유롭고 신나게 점프를 하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일까요? 블루투스 스피커를 이용하여 음악을 틀어주면 금상첨화입니다. 원더랜드가 따로 없습니다. 


신나는 표정으로 점프를 하는 J에게 눈이 갑니다. 특수교육은 관찰의 연속입니다. 아이들의 작은 변화와 감정도 관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변화는 아주 섬세하기 때문입니다. J는 평소 느리게 움직이기로 유명한 아이입니다. 그래서 이동수업이라도 하려면 이동하기 5분 전에 먼저 출발시켜야 합니다. 그래야 도착이 비슷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모습을 보았습니다. 방방이에서 자기 키만큼 점프하는 J였습니다. 다섯 명의 친구들 중에 가장 높이 뛰어오릅니다. 


'J, 너에게 이런 놀라운 운동능력이 있었다니'


보조인력도 꽤나 놀란 모습입니다. 저는 오늘의 일을 눈으로 마음으로 담습니다. 그리고 기록합니다. 이런 기록과 관찰이 쌓이고 쌓여 특수교육을 만들어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