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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철 Dec 20. 2022

특수학교에도 도서관이 필요해요?

특수교육과 독서교육에 대한 고찰 

얼마 전 온라인 서점인 YES24에서 재고 서적을 중심으로 한 소외계층 도서 지원 사업 공고가 있었습니다. 물류에 보관하고 있던 다양한 책을 독서 소외계층에서 기증하는 사업입니다. 당연히 온라인 대형 서점으로서 가지는 사회적인 책무에 상응하는 좋은 활동입니다. 저는 특수교사로서 그 책이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와 활용 계획을 상세히 작성해서 신청했습니다. 


신청을 하고 며칠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모르는 번호의 전화는 웬만하면 잘 받지 않는 편입니다만 그날은 그냥 받게 되었습니다. 


"여보세요?"

"아, 안녕하세요. 혹시 황현철 선생님 되시나요?" 

"네, 맞습니다만.."

"네, 안녕하세요. 여기는 YES24입니다."


맞습니다. 전화를 받기 잘했습니다. YES 24라는 말에 며칠 전 작성했던 도서 지원 사업이 얼른 떠올랐습니다. 갑자기 전화받는 태도를 고쳐 앉습니다. 정중하고 밝은 목소리로 응대합니다.


"네, 말씀하세요."

"선생님, 그런데 대상 학생들이 지적장애와 발달장애라고 하셨는데요. 혹시 글을 읽을 줄 아는 아이들이 몇 명이나 될까요?"


사실 돌아오는 질문은 조금 의외였습니다. 기대한 내용도 아니고요. 순간 머리가 복잡합니다. '글도 모르는 장애인이라고 무시하는 건가?' 머리에 빨간불이 켜집니다. '주고 싶지 않은 핑계를 찾는 건가?' 경계의 생각도 불현듯 스쳤습니다.  그러다가 지원을 안 해주겠다는 마음이었으면 전화도 안 했을 텐데 싶은 마음이 다시 들었습니다. 찰나의 시간이지만 저의 머릿속에는 당황 - 분노 - 이해 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네, 단어 수준으로 읽는 학생은 꽤 되고요. 많은 수가 아니지만 일부 학생들은 문장단위로도 읽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시는지요?"

"네, 저희의 지원 사업에 지원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꼭 지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어떤 책을 중심으로 드려야 할지 고민이 되어 전화드렸습니다. 학년은 높지만 원하시면 아동용 그림책을 중심으로 넣어드릴 수도 있습니다." 


들어본 즉, 너무 고마운 말이었습니다. 순간 오해했던 제 자신이 머쓱합니다. 어떤 책을 중심으로 넣어야 할지 고민이라는 말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우리 학교는 YES24로부터 약 100권의 책을 증정받았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경기도에서 근무하던 시절입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지원하는 학교 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에 신청을 했습니다. 당시 우리 학교의 도서관은 도서관이라고 하기 힘들 만큼 작고 허름했습니다. 도비 2천만 원을 들여 리모델링 공사를 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당연히 저는 신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선생님 계신 OO학교가 특수학교인가요?"

"네, 맞습니다."

"선생님, 특수학교에도 도서관이 필요한가요?"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싶어 대답합니다. 


"네, 필요합니다. 아니 특수학교니까 더욱더 도서관이 필요하지요." 


꼭 글을 읽을 수 있어야 만 책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는 것부터 시작하여, 그림책을 통하여 언어 학습을 하는 아이들까지 사례를 들어가며 설명을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도서관 리모델링을 멋지게 완성했습니다.




두 사례 모두 결과는 해피엔딩이지만 여전히 장애에 대한 오해와 책 읽기에 대한 편견이 있음을 느끼게 합니다. 장애인이 책 읽는 게 여러분은 이상한가요? 어색한가요? 그렇다면 왜죠? 책 읽는 장애인을 잘 보지 못했기 때문인가요? 작년 한 해동안 우리 국민이 평균적으로 읽은 책의 권수가 채 1권이 안 되는 0.87권이라는 사실을 아시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읽는 사람은 괜찮은데 책 읽는 장애인은 어색하다면 우리가 여전한 편견 아래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요즘 특수교육에서는 그림책을 활용한 수업이 한창입니다. 그림책은 놀이와 언어활동이 연계된 교육활동입니다. 그래서 조금 느린 아이들에게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다양한 그림책을 중간에 놓고 내가 읽어주기도 하고 아이에게 읽게도 합니다. 그림책의 주인공 이름과 주요 낱말을 카드로 만들어 단어 학습을 합니다. 그림책의 내용에 변형을 주어 상상놀이 나만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리기도 하고 원인과 결과를 비교하며 간접 경험의 폭을 넓히기도 합니다. 


올해는 교과서를 활용한 읽고 쓰기 수업도 추가했습니다. 교과서 읽기 쓰기의 가장 큰 장점은 고급 어휘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 고급 어휘들을 최소한 수업에서는 경험하고 사용해 볼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그렇게 아이들의 수업이 쌓여갑니다. 




독서교육의 중요성과 장점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무수히 많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특수교육에서도 그 중요성과 장점은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글씨도 모르고 책도 안 읽을 것 같다는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앞으로도 계속 독서교육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도서관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는 당연한 아이들의 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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