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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철 Mar 12. 2023

특수교사가 학생과 어울리는 법

권위를 내려놓고 눈높이를 맞추다

캐리비안의 해적이 나타났다.

‘빠라밤바~ 빠라밤바~ 빠라밤바~ 바바바’ 웅장한 노래와 함께 해적들이 등장합니다. BGM은 그 유명한 캐리비안의 해적. 오늘은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학예 발표회를 하는 날입니다. 제가 아이들과 준비한 무대는 바로 ‘캐리비안의 해적’ 웅장한 음악에 맞춰 화려한 몸동작과 난타를 조금 섞었습니다.


코로나로 꼭꼭 잠가두었던 문이 서서히 열리면서 학부모님의 교육활동 참여는 조금씩 늘기 시작했고, 그만큼 궁금했던 자녀들의 일상을 조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학예발표회에는 유독 부모님들의 참여가 많습니다. 아이들도 저도 하얗게 불태운 나름 성공적인(?) 무대를 마치고 나서 학부모님들을 만납니다.


“선생님, 어떻게 이런 무대를 만드셨어요?”

“집에서는 하나도 하지 않는 아이인데, 이렇게 무대에서 있는 모습을 보니 감동적이에요”

“선생님 너무 수고 많으셨어요”


네가 선장 해라, 내가 선원 할게

특수교육에서 자칫 실수하기 쉬운 부분 가운데 하나는 권위를 잘못 사용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높은 사람에게 권위가 있고 낮은 사람에게는 권위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사회는 주로 그러니까요. 피라미드 구조, 위에는 소수 아래에는 다수이기 때문에 소수가 다수를 다스리는 구조. 그래서 교실도 그러하리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특수학교 교실은 다릅니다. 학생에게 더 좋은 것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더 권위 있는 사람이 선택을 양보할 수 있습니다. 특수교사는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을 그리고 그 뒤에서 보이지 않는 도움을 제공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성경에서 아브라함이라는 사람과 롯이라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브라함과 롯은 사촌관계인데 처음에는 같이 지내던 두 사람이 점차 가축과 종이 많아지면서 서로 다툼이 생기게 됩니다. 이제 더 이상 같이 지내지 못하게 되었다고 판단한 아브라함이 롯에게 말합니다. “이제 우리가 더 이상 같이 지내기 어렵게 되었으니 여기서 갈라지자, 네가 우하면 나는 좌하고, 네가 좌하면 나는 우하리라 “


어쩌면 앞으로 더 번성하느냐 쇠퇴하느냐, 죽느냐 사느냐가 달린 문제에서

동생에게 선택권을 양보하는 형이라니,

세상의 가치로는 어리석음이고 신앙의 눈으로는 믿음이겠지요.

결과론적으로 더 좋은 땅을 선택한 룻은 많은 부 때문에 타락하여 멸망하고

아브라함의 자손들은 지금까지 이어오는 것을 우리는 봅니다.


거창한 역사 이야기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선장을 아이에게 양보하고 선원으로 선장을 돕는 역할을 하는 교사

그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칠 때

아이들은 변화할 줄 믿습니다.


물론 모든 선택권을 양보하지는 않아야 합니다.

선택이 학생에게 유의미한 것이며 그 선택의 결과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선택을 하도록 하고 결과를 경험시켜 주세요. 


아이들이 주인이 되는 교실을 꿈꾸다

보통 성인들은 하루에 200가지 정도의 선택을 하면서 살아간다고 합니다.

교실에서도 비슷한 정도의 선택이 일어나리라 믿습니다.

그 선택을 100% 교사가 가지지 않고, 

학생들과 나누어 가지는 것.

권위를 내려놓고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


그렇게 꾸려나가겠습니다. 

아이들이 주인이 되는

그런 교실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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