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전 마음을 다잡게 하는 손뜨개질 방석
2023년 3월이 되었습니다.
19년을 교사로 살아온 저에겐 3월이 곧 1월 같습니다.
저뿐 아니라 이 땅의 교사와 학생들은 모두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되는 3월.
교사들은 3월을 앞두고 새 교실로 이동하고, 새 아이들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저는 올해 교무실 생활을 정리하고 다시 교실로 올라가게 되었습니다.
즉, 비담임 생활을 마치고 담임으로 복귀한다는 뜻이지요.
교실로 올라오면서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초록색 손뜨개질 방석입니다.
이 초록색 손뜨개실 방석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 방석은 다름 아니라 학부모님께 받은 선물입니다.
담임이 학부모에게 선물을 받아도 되냐고요?
네, 안되지요.
굳이 법적으로 얼마의 금액, 청탁의 정도 이런 걸 떠나서라도
부모님께 작은 부담도 드리고 싶지 않은 마음입니다.
그런데 이 방석은 조금 특별한 추억을 공유합니다.
참 힘들게 느껴졌던 학생이었던 M
너무나 예민하고 조심스러웠던 그 학생은 모든 교사가
버거워하는 그런 학생이었습니다.
그런 M을 만나고 하나씩 하나씩
교감을 만들어가고 시간을 쌓아나가던 시간들
그리고 1년을 마치는 종업식에
M의 어머님이 들고 온 것이 바로 이 손뜨개질 방석이었습니다.
쇼핑백에 담긴 이 선물을 보고
"아니, 어머님 괜찮습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인사가 먼저 나왔지만,
어머님께서는
"선생님, 너무 감사한 마음에 마칠 때야 드리는 거예요. 그리고, 이거 제가 직접 만든 거라 비싸지도 않아서 법에도 걸리지 않아요 (웃음)" 그런 인사와 함께 어쩔 수 없이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열어보니 정성껏 만드신 방석.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제 의자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이 방석을 받은 지 7년.
저는 여전히 이 방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교실을 옮길 때, 자리를 옮길 때마다 가장 먼저 챙기고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M과 함께했던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함께했던 어려운 순간들도,
그 안에서 작은 변화로 나를 기쁘게 했던 순간들도,
2시간이 넘는 통화를 하며 울며 상담했던 부모님까지,
이 방석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저는 항상 이 방석을 보며 마음을 다시 잡습니다.
수년이 지났지만 첫 마음이었던 그 당시를 다시 떠올립니다.
잊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그렇게 매너리즘이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2023학년도를 맞으며 새 교실 의자에 이 방석을 깔았습니다.
학부모에게 받은 선물, 이 방석이 나를 붙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