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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챙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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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철 Mar 20. 2023

어떤 사람과 멀어져야 하는가

나의 곤란과 함께 드러나는 관계의 민낯, 손절할 동료와 타이밍 찾기

사람은 누구나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좋은 사람이고 싶고, 또 내 주변 사람들도 좋은 사람이기를 바라지요. 하지만 실제로 좋은 사람은 그렇게 많지는 않은가 봅니다. 왜냐하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인간관계의 어려움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건 내 주변의 사람들이 좋은 사람이 아니거나 또는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일 수 있죠. "아, 일은 뭐 내가 그냥 하면 되는데, 그 사람들이랑 함께 일하는 게 정말 힘드네" 이렇게 푸념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꽤나 많이 있답니다. 학교에서도 교사들에게 기피 업무가 어떤 것이냐 물어보면 십중팔구 사람을 많이 대하는 일을 고를 겁니다. 가령 방과후교육부 같은 부서나 생활안전부 같은 부서 말입니다. 


옛말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진정한 친구는 내가 어려움을 당할 때 드러난다. 즉, 내가 베풀 것이 많고 좋은 상태가 유지되는 경우엔 진정한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를 구분하기 참 힘듭니다. 왜냐하면 나에게 얻을 것이 있기에 그것 때문에 가까이 있으며 가식의 웃음을 짓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가 어려움을 당할 때 진정한 친구가 드러난다고 했다 봅니다. 막상 어려움을 당하게 되면 이해관계에 충실한 사람들은 오히려 '나한테 뭐 도와달라고 할까?'싶은 마음에 먼저 외면하거나 거리 두기를 시전 하죠. 그래서 힘든 일을 당하면 이중으로 서러운가 봅니다. 어려운 상황도 힘든데, 배신감도 주다니. 믿었던 사람에게 말입니다.


저는 오늘 제가 겪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내 주변에서 함께 지내는 동료 중 어떤 사람과 가장 빨리 손절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우선 말씀드릴 것은 논의의 대상은 분명 업무 또는 기타 관계로 연결된 동료라는 점입니다. 친구는 더 깊고 복잡한 관계라 이런 메시지 반응으로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며칠 전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습니다. 코로나 감염은 처음이고요. 백신은 4차까지 맞았지만 결국은 피해 갈 수 없었나 봅니다. 새 학기에 대학원 박사과정 수업이 주 3회로 잡히면서 꽤나 피곤을 느끼던 터라 면역력이 떨어지니 피할 수 없었나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시기입니다. 학교가 얼마나 바쁘고, 또 할 일이 많은 시기입니까? 자가진단을 하면서도 '제발, 아니어야 해'하는 마음이었고, 한 줄이라 조금 마음을 놓고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 선생님의 노련하고 숙련된 검채기술은 피해 가기 어려웠나 봅니다. 


진단 첫날은 오히려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는데, 저녁부터 시작되어 다음날까지는 이어지는 40도 고열의 행진. 해열제를 아무리 먹어도 떨어지지 않는 열은 정신을 혼미하게 합니다. 온몸은 불덩이인데 저는 왜 그리 춥기만 한 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더라고요. 결국 격리를 해제하고 병원으로 이송해서 링거를 맞고야 열이 38도까지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확진 4일째에 들어가면서 약으로 증상이 관리되는 정도가 되었네요. 



저의 증상은 차치하고 본론으로 이어가겠습니다. 여러 사회적 관계망에 있는 저는 저의 확진 사실을 여러 관계자들에게 알려야 했습니다. 그중에는 업무와 관련된 분들, 학업과 관련된 분들, 동아리와 관련된 분들 등 다양한 형태가 있겠지요.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코로나-19 확진이 되어 격리 치료 중에 있습니다. 때문에 이번에 예정된 OO에 참여하기가 어렵습니다. 격리가 해제되면 관련 증빙자료는 원본으로 제출하겠습니다." 


병원 격리 치료실에 누워 링거를 맞으면서 보낸 공통 메시지입니다. 이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돌아오는 반응도 제각각이었습니다. 


첫째, 즉각 전화부터 걸려오는 유형

아주 믿을만한 사람입니다. 제가 '가족과 친구는 제외한'이라는 단서를 앞에서도 말씀드렸지요. 가족과 친구를 제외하고 이 메시지를 보냈는데 즉각 전화부터 걸려오는 사람들은 꼭 옆에 두는 게 좋습니다. 이들은 이렇습니다. '어때? 괜찮아요? 많이 아파요?' 이런 즉각적인 걱정은 억지로 짜낼 수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타이핑을 치고 있을 여유도 없이 즉각 통화버튼을 누르게 되는 겁니다. 


둘째, 위로의 답장으로 반응하는 유형

이런 분들도 있습니다. "아고, 어떻게요? 많이 힘드시겠어요.", "걱정 마시고, 쾌차하세요.", "학기 초라 많이 힘드셨나 보네요. 억지로라도 쉬라는 뜻으로 아시고 걱정 말고 몸 챙기세요.", "얼른 회복하세요." 이건 실제로 제가 받은 메시지들 중에 몇 가지입니다. 이런 분들은 바로 전화하기는 좀 미안하거나 (혹은 전화받기가 곤란할 것이라는 짐작으로) 메시지로 마음을 대신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분들이 많다는 것도 참 위로가 되더군요. 


셋째, 단문으로 답장하는 유형

그런데 이런 분들도 있습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단문으로 대답만 보내는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은 어떻습니까? 꼭 무슨 AI같이 인간성이 1도 느껴지지 않네요. 사실 이런 분들에게는 좀 서운합니다. 뭐 대단한 따듯한 말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괜찮아요?'는 한 번 물어볼 수 있는데 아니면 "걱정 마세요" 이 정도 인사는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실제로 이렇게 답장을 하시는 분들이 제 주변에도 여럿 있었습니다. 정말 업무적으로만 관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마지막으로 읽고 씹는 유형

세상에 이런 유형도 있더라고요. 그것도 두 명이나 됩니다. 물론 읽고 씹는 것도 그의 자유라면 자유겠지만 어떻게 이렇게 비 인간적일 수 있을까요? 제가 말씀드렸던 손절할 대상과 타이밍은 이런 사람들입니다. '혹시, 확인이 늦어서 그런 거 아닌가요?'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디테일하게 적어보겠습니다. 제가 상황을 알리는 톡은 그분과 개인톡이었고, 바로 옆에는 저도 있고 그분도 있는 단톡방이 있습니다. 단톡방에서 그분이 활발하게 대화에 참여하고 있기에 지금 확인이 가능한 상태인가 보다고 생각이 되어 톡을 드렸는데 제가 톡을 드린 후에도 한동안 단톡방에만 활동을 하시고 (그것도 아주 친절하게 고맙습니다. 다행입니다. 미소 이모티콘을 자주 사용하심) 개인 톡에는 일절 반응이 없더라고요. 1은 없어진 지 한참 되었죠. '내가 그 사람에게 그동안 뭘 잘못했나?' 오히려 자아성찰을 하게 하는 시간입니다. 




"모두가 내 맘 같다면야 인간관계 힘들게 뭐 있다냐" 하시던 옛말이 실감되었습니다. 참 사람들은 모두 내 마음 같지 않구나. 그러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었나 되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내 주변에 나처럼 코로나에 걸려 알려왔던 사람들에 대한 것입니다. 살펴보니 내 주변에서 열명 남짓됩니다. 나는 어떤 반응이었을까? 다행히 나는 두 분에게는 첫 번째 유형, 나머지 6명에게는 두 번째 유형입니다.  


왜, 그럴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인간의 심리는 참 신기한가 봅니다. 별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되고 말 한마디라고 생각되지만 안 하는 사람은 끝까지 안 하더라고요. '나는 성격이 원래 그래', '타고나서 그래' 이런 말로 변명할지 모르지만 아니요. 당신이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도 그러시나요? 연인이 아이가 또는 중요한 파트너라고 생각해도 읽씹 또는 단문으로 알았어하시나요? 결코 아닙니다. 그저 내가 그들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는 존재일 뿐. 나도 그를 그렇게만 생각했다면 참 다행이지만 나는 아니었다면 조금 씁쓸하네요. 


당신 주변에도 세 번째, 네 번째 유형의 사람들이 있나요? 가능한 지금 연결된 일만 마무리하고 손절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부탁드립니다. 우리 최소한 다른 사람에게 이런 인간은 되지 맙시다. 차라리 평소에는 살뜰하게 잘 못 챙기더라도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따듯한 말 한마디 전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됩니다. 그게 우리가 AI보다 나은 점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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