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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철 May 17. 2023

칭찬카드, 너 뭐 하는 녀석이냐!

학급차원의 긍정적 행동지원 이야기

특수교육 현장에 긍정적 행동지원에 대한 개념이 소개된 것은 대략 2016년 전후입니다.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긍정적 행동지원(PBS)은 한국의 특수교육 관계자들을 매혹시키기 충분했고, 그와 관련된 시범학교 운영, 연구 활동이 줄을 이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서울에 소재한 성베드로학교에서 추진했던 시범학교 성과를 바탕으로 출간한 성베드로 학교 이야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을 생각하면 그 당시가 소위 ‘붐’이었던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긍정적 행동지원이란 개념은 이전 한 시대를 풍미했던 행동주의와 대비되면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물론 행동주의가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특수교육의 방법적인 부분과 철학적 개념에 대한 접근이라는 점을 참고해 주세요. 행동주의는 비교적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발전되었습니다. 처치 방법도 강화 또는 벌로 명확합니다. 적용 방법은 더욱 명료한데, 학생이 바람직한 행동을 할 때 강화(좋아하는 것을 제공, 또는 싫어하는 것을 제거) 하고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벌(싫어하는 것을 제공 또는 좋아하는 것을 제거)을 주는 방법입니다.


그에 반해 긍정적 행동지원은 행동 자체를 보지 않고 행동에 숨겨진 기능에 초점을 맞춥니다. 즉 다시 말해 행동을 분석하고 기능을 평가합니다. 이 기능평가는 배경사건, 선행사건, 후속결과를 통해 평가하고 이를 대체행동교수라는 방법으로 지원합니다. 이 모든 절차는 긍정적이어야 하며 행동 자체보다는 행동에 미치는 환경적이고 맥락적인 요소에 초점을 둔다는 것에 강조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긍정적 행동지원은 집단에서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학교차원의 긍정적 행동지원(SW-PBS) 또는 학급차원의 긍정적 행동지원(CW-PBS)입니다. 배경단위가 학교 차원이냐 학급 차원이냐에 따라 범주의 크기를 조정합니다. 다만 범주가 다르더라도 원칙은 동일한데 그 원칙은 다차원적 모형이라고 불리는 3 수준으로 편성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3 수준은 보편적 차원의 중재, 표적집단 중재 그리고 개별적 지원입니다.


보편적 차원의 지원- 칭찬카드 프로그램

우리 학급에서는 긍정적 행동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칭찬카드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칭찬카드는 학생들이 바람직한 행동을 하면 받을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바람직한 행동 모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목표로 하는 행동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학교차원 또는 학급차원일 때는 집단의 문화를 고려하면 더욱 좋습니다. 우리 학급에서는 비속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라든지, 차례를 지킨다와 같은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학생들에게 카드를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학급에서 사용하고 있는 칭찬카드 : 명함을 변형하였다.

어떤 분들은 이런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그럼 칭찬카드 프로그램은 강화의 개념이네요? 강화는 행동주의 아닌가요?” 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어떠한 행동에 대한 보상, 강화의 개념이 맞죠. 하지만 강화가 곧 행동주의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오해입니다. 강화는 어떠한 행동을 증가시킬 목적으로 시행하는 모든 것이지, 행동주의의 하위 기술 가운데 하나는 아니기 때문이지요. 다시 말해 행동주의에서 강화의 기법을 사용하는 것이지, 강화는 무조건 행동주의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서 행동주의와 긍정적 행동지원의 차이가 있을까요?


행동주의에서는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받는 이 칭찬카드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 제거의 대상이 됩니다. 어떤 행동을 감소시킬 목적으로 시행하는 기법은 바로 벌이죠? 그렇다면 이 칭찬카드는 강화도 되지만 벌도 되는 것입니다. 아이는 이 칭찬카드를 받기 위해 애를 쓰지만 또 한편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게 될 것입니다. 앞서 긍정적 행동지원의 방법은 절차 또한 긍정적이어야 한다고 했던 말 기억하시나요? 긍정적 행동지원 프로그램으로 적용되는 칭찬카드는 빼앗기지 않습니다. 비록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했다고 해도 말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냐고요? 제공하지 않을 뿐입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칭찬카드를 얻을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는 가르침이 되는 것이죠.

개별적으로 제공되는 칭찬카드

긍정적 행동지원에서는 학생이 모은 칭찬카드는 오롯이 자기의 것이 됩니다. 잘못했다고 박탈해서는 안됩니다. 대신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기능평가를 합니다. 이 학생이 왜 이런 행동을 했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심입니다. 무엇을 얻기 위한 것인가? 무엇에서부터 벗어나기 위한 것인가? 또는 관심을 받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그냥 감각적 즐거움을 위한 것인가? 이러한 기능평가가 중요한 이유는 행동의 목적을 알아야 처방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바람직한 행동으로 교체해 주는 기술을 대체행동교수라고 합니다. 대체행동교수에 대해서는 다음에 따로 소개하는 것으로 할게요.

자기의 칭찬카드는 스스로 관리된다.

아이들에게 칭찬카드는 매우 소중합니다. 그래서 한 장 받을 때마다 스스로 기록하도록 하고 있지요. 스스로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여기서 나의 것과 다른 학생의 것을 구분하는 분별력, 그리고 한 칸 한 칸 세며 채워가는 연산력, 한 칸을 알록달록 채우는 예술적 감성까지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색의 선택, 채움의 방식 (색으로 채우기, V표시하기, 사선 긋기)은 학생 스스로 선택합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칭찬마켓, 여기서 칭찬카드를 교환할 수 있다.

이러한 칭찬카드가 매력적이기 위해서는 꼭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 카드가 아이들에게 충분한 교환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 달 동안 열심히 모은 칭찬카드는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칭찬마켓에서 원하는 물건으로 교환할 수 있습니다. 이때 교환할 대상의 물건들이 아이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할 수 있다면 강화물 평가를 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선정하면 더욱 좋습니다. 카드가 그냥 종이 조각이 아니라 카드 자체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교환할 수 있는 가치 있는 것이라는 것을 심어준다면 아이들에게 칭찬카드는 그냥 칭찬카드가 아닌 소중한 것이 됩니다. 그리고 그 소중한 카드를 모으기 위해 자연스레 공동의 문화를 지키고 바람직한 행동을 하기 위한 노력이 증가될 것입니다. 긍정적 행동지원의 절차는 바로 이런 교육에 있어서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학급 단위의 칭찬카드 현황판


학급 안에서 모든 학생들이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아름다운 학교 문화의 조성. 여기에는 단 한 명의 학생도 소외되거나 배제되지 않습니다. 이러한 긍정적인 학교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올 한 해도 열심히 성장해 보겠습니다.

얘들아, 너희들의 아름다운 도전을 응원한다.
그리고 달라질 너희의 모습을 기대한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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