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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현철 Jun 05. 2023

옥수수도 자라고, 아이들도 자란다

농장에서 배우는 동분서주 특수교육


“얘들아, 농장 가자!”

농장을 가꾸고 있는 이야기를 며칠 연속으로 쓰고 있습니다. 우리 반 수업은 일주일에 두 번 오전에 진로와 직업이 블록타임으로 잡혀있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씩 아이들과 농장에 내려갑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기 그지없던 아이들인데, 어느새 제법 폼이 납니다. 3월과 4월, 그리고 5월까지 지났으니 어느덧 한 쿼터는 지난 셈입니다. 학교 생활이라는 게 엄격하게 쿼터로 나눠지는 게 아니라 심리적으로 느끼는 시기는 더 빠릅니다. 아마 1/3은 지난 것 같은 느낌이지요.

옥수수가 자랐다.

일주일에 두 번이, 자주인 듯하지만 (돌아서면 또 농장 내려가는 날인가? ㅎ) 실제로는 간극이 꽤 있는 시간입니다. 무엇보다 옥수수를 보면 그렇습니다. 세 마디 정도의 모종을 심었는데 지난번에 보니 손바닥만큼 올라왔다가, 이번엔 두 뼘 이상 자랐습니다. 우리가 잠시 스치듯 지나간 시간 외에도 옥수수는 열심히 자랐나 봅니다. 오로지 태양과 물만으로 말입니다. 그것 자체로 자연의 위대함이 증명되고, 우리가 자연에서 배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오! 자랐다” 농장에 내려오며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분명 아이들의 눈에도 보이는 것이죠. “선생님, 많이 자랐어요” “그래, 많이 자랐네” 사실 저도 놀랍니다. 저도 농사에는 큰 재능이 없기 때문이지요. 상추 정도나 뜯어보았지 이렇게 작물을 심어 키워본 경험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아이들과 함께 배우는 게 맞습니다. 저도 아이들도, 그리고 옥수수도 자라고 있습니다.

볕이 뜨거워지는 시간

6월이 되니 확실히 달라진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햇빛. 오죽하면 뙤약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일까요? 뙤약볕은 여름철 내려쬐는 몹시 강한 햇볕을 의미합니다. 5월과도 사뭇 다릅니다. 그래서 이제 모자가 필수가 되었습니다. 모자를 씌워놓으니 더욱 농부 티가 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 할은 장비라는 말도 있는가 봅니다. 앞으로 볕은 더욱 강하고 뜨거워지겠지요. 그만큼 작물을 잘 자라날 것입니다.

고랑의 잡초를 제거하고 농장을 둘러봅니다. 옥수수가 잘 자라기를 바랄 뿐입니다. 튼실한 옥수수를 많이 맺어주기를 말입니다. 아이들의 키보다 더 큰 옥수수 대에서 튼실한 옥수수가 많이 달리는 상상을 해봅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할까요?  특수교육 에세이집 ‘포코 아 포코’에 이런 내용이 나옵니다. 특수교사는 아이들의 작은 변화를 의미 있게 바라보고 나중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두 세 뼘의 작은 옥수수를 보면서도 튼실한 옥수수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입해 봅니다. 아니, 옥수수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변화를 상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제가 생각하는 특수교육은 그렇습니다.


오늘도 농장에서 배운 작은 가르침을 가슴에 넣고 교실로 올라갑니다. 저도 다음 과정은 알지 못하지만 농장 라이프를 즐겨보려 합니다. 그래서 동분서주가 맞습니다. 적어도 목적은 분명하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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