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현철 Apr 20. 2023

작은 농부의 마음

땀 흘리는 것의 아름다움 2

2주 전 땀 흘리는 것의 아름다움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오늘은 그다음 이야기로 이어지는 땀 흘리는 것의 아름다움 2편입니다. 이번에는 제목을 작은 농부의 마음이라고 붙여보았습니다. 왜냐하면 농장을 가꾸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조금씩 농부의 마음을 가진 아이들의 보았기 때문입니다. 1편의 글을 보셨던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농장이 엄청 변화했습니다. 모든 이랑을 다시 일구고 그 위에 비닐을 씌우고 펀칭을 했습니다. 그리고 가지, 고추, 토마토, 옥수수를 각각 심었습니다. 이제 제법 텃밭 같은 모습이 보이나요?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던 아이들이지만 작은 일 하나씩 맡겨봅니다. “자, 호미를 가지고 땅을 이렇게 파는 거야. 그리고 그 구멍에 모종을 쏙 넣어줘. 그리고 모종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손으로 꼭꼭 눌러줘야 해” 아이들에게 당부를 하고 호미를 하나씩 쥐어줍니다. “선생님, 비닐이 찢어지면 어떻게 해요?” 난감하게 묻는 아이의 표정을 보니 이미 비닐이 찢어진 모양입니다. ”괜찮아, 그 정도는.. 그런데 더 크게는 안돼! 조심해 ㅎㅎ“


20분 정도 되었을까요? 쪼그려 앉기가 낯선 아이들의 입에서 곡 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아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어던지지 않는 게 신기하네요. “모종은 오늘 다 심어주는 게 좋아. 주말에 비 소식 있으니까 “ 교실에서는 10분, 20분 앉아있는 것도 힘들어하는 아이들인데 어찌 텃밭에서는 이렇게도 재미있어하는지 놀랍습니다. 지나가는 바람도, 풀잎도, 나무도 살랑살랑 움직이기 때문일까요?

모종 심기가 끝난 후 물 주기 시간입니다. 물 주기 시간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분명 작물들에게도 가장 좋은 시간일 테지요. 일단 물이 주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노작을 하느라 살짝 흘린 땀도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쪼그려 앉아 땀 흘리며 일을 하는 것에 비하면 서서 호스에서 나오는 시원한 물줄기를 통제하는 일은 더욱 재미있는 경험이 됩니다.

즐거운 마음은 아이들의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뭔가 미묘한 웃음을 짓는 H는 재미있는 상상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늘을 향해 높게 솟구치는 물줄기를 보면서 무슨 상상을 하는 것일까요? (H의 장래희망이 소방관이라는 것은 우리만의 비밀입니다.) 이 아이의 상상 속에서는 거대한 화마와 싸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변함없는 열일을 하고 있는 호스는 아이들의 손을 바꿔가며 위치를 옮깁니다. 저는 가능하면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경험시켜주려 합니다. 비록 작은 일이지만 빠지는 아이 없이 모두가 함께하는 수업. 참여의 정도는 다를지라도 참여하지 못한 아이는 없도록 말입니다.


특수교육을 하면서 가장 속상한 때가 우리 아이들이 차별을 받는 것을 볼 때입니다. “이건 어려우니까 우리가 대신할 께”, “넌 보고 있어”, “잠시 비켜줄래?”, “기다려” 등의 말로 얼마나 아이들의 행동을 제약해 왔는지. ’이 아이가 과연 호스를 잘 감당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 전에 먼저 쥐어줍니다. 비록 제대로 (제대로라는 말의 뜻이 무엇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주지는 못하더라도 나도 함께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특수교육의 진짜 의미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땀 흘리는 것의 아름다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