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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연 Jan 31. 2023

당신은 커피에 진심인가요?

진심이 담긴 치앙마이의 커피는 쓰고 달고 시고 말캉하다.  


  치앙마이에 가기 전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치앙마이는 1일 1 카페라더라!"였다. 태국은 커피 생산지인 데다가  국가 차원에서 커피를 관리하고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태국의 스타벅스 격인 '도이창 커피'는 세계 최고등급의 커피로 인정받고 있으며, 치앙마이엔 카페가 정말  많다고 했다. ( 사실, 한국도 내가 사는  자카르타도, 지난해 한 달 머문 발리도 카페는 정말 곳곳에 많다. )  커피와 카페를 좋아하는 나와 커피사업과 카페 인테리어에 진심인 남편. 우리가 치앙마이에서 1일 1 카페를 할 이유는 충분했다. 갈 곳은 많은데 어디를 가야 하나? 가 고민이었을 뿐....... 그런데 막상 치앙마이에 도착해서 여행을 시작해 보니 1일 1 카페라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호텔에서 아침을 먹으며 자연스레 마시게 되는 한 잔의 커피, 그리고 혹시나의 우려를 담아 가방에 넣은 텀블러 안의 커피( 마땅한 커피집을 만나지 못하거나, 여정이 꼬여 커피가 필요한 순간이 있을 때를 염려한 나의 노파심이 만든 커피 )만으로도 하루치 카페인은 충분했고, 구글이 알려준 정보와 달리 문이 닫힌 경우와 기대와는 너무 달라  돌아 나온 경우들이 쌓이는 날엔  '오늘은 날이 아닌가 보군 , 내일의 카페로'라는 심정이 되어 이른 점심을 먹으며 로컬맥주를 마시거나 다른 장소를 방문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1일 1 카페'는 실패했지만 꼭 들러보고 싶었던 곳들과, 우연히 발견한 멋진 곳들에서 치앙마이는 커피에 진심인 도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양한 시도들이 담긴 커피라고 할까?  난생처음 맛보는 생소한 커피의 맛에 고개를 갸웃하게 되고, 오픈 시간에 맞춰 줄을 서 들어간 커피집의 시그니쳐 커피를 마신 후 '이게 뭐지? 왜 유명한 거야? '싶어 허탈하기도 하고, 몇 번의 실패 후에 만난 커피맛에 반해서 '내 맘대로 오픈' 마인드인 커피집을 사랑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Gateway Coffee Roastary의  Lost Star                            One To Two의  Toffe Coffee Latte


 

 치앙마이에서 경험한 가장 생소한 맛의 커피는   Gateway Coffee Roastary의  Lost Star라는 커피였다. 시그니쳐 중 가장 인기 있는 메뉴를 추천해 달라고 해서 주문한 커피였는데, 탄산수와 레몬, 거기에 슈거케인까지 들어간 '시고 달고 톡 쏘는(  탄산이 터지는 레몬의 신맛이 가득한 커피맛이라니!) 맛은 정말 이상했다. 아이스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데다, 커피와 탄산의 부조화( 나에겐 부조화 그 자체!)는 아무리 새로운 시도가 신선하다 하더라도, 쉽게 인정할 수 없는 맛이었다. 인기메뉴라는 데에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따로 얼린 커피큐브와 레몬의 근사한 담음새와 정성 어린 실험정신에 큰 점수를 줄 수는 있을지 몰라도 나에겐  뜨겁고 산미 가득한 신선한 아메리카노가 최고의 커피임을 실감했고, 딱 한 번이지만 Lost Star의  강렬한 커피맛은 오래 잊을 수 없을 것임이 확실하다.


 One To Two의  Toffe Coffee Latte는 한국의'달고나커피'였는데, 한국에서 달고나커피를 직접 마셔본 적이 없는 나는 그 맛을 비교해 볼 수는 없었지만 다디단 달고나와 진한 커피 그리고 신선한 우유가 만들어내는 맛있음이 잘 느껴지는 커피였다.


                            1. Ristr8 to의 'Latte ' 2. Graph Cafe의 '숯커피(Monachrome Coffee)'

                            3. Banviang Coffee의 '코코넛 커피' 4. Nine One Coffee의 'Americano '


 치앙마이 님만해민에 위치한 Ristr8 to 카페에 가면 바리스타 월드 챔피언이 만들어 주는 라테를 마셔볼 수 있다. 명성에 맞게 꽤 맛있는 라테였다. 다만 너무 많은 인파 탓인지 종업원들이 그다지 친절하지 않았는데, 때론 불편할 정도로 친절한 치앙마이 사람들을 생각하면, 역시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건 사람을 닳아지게 하는 것 같다. 그래도 라테는 정말 훌륭했다.


 '도대체 숯커피맛은 어떨까? '싶어 오픈런이라는 걸 처음 해 보았다.  Graph cafe는 항상 사람들이 북적였고, 빈자리가 없는 듯 보여서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대기하다 '숯커피'를 주문했다. 일단 비주얼은 합격!  대단히 맛있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다른 커피와는 다른 색감이 기대감을 높여 주었다. 그런데 막상 마셔보니, 달고 시원한 아이스커피 맛이었다는 것. 아이스커피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데다  커피 고유의 진하고 고소한 맛이 살아있기보다는 좀 맛있는 커피음료 같은 느낌이었다. 기대만큼 맛있지 않았지만, 진한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스커피 취향이라면 나름 괜찮을 듯한 맛이었다.


   Ristr8 to와  Graph Cafe 가 위치한 님만해민 지역의 또 다른 카페인  Nine one Coffee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면 쫄깃한 맛이 일품인 와플을 서비스로 준다. 커피맛을 잘 아는 지인이 추천한 카페의 커피라 실패 없는 맛있는 커피인 데다 와플과 함께하는 커피맛은 일품이라 할 수밖에 ( 커피보다 빵에 더 진심인 건 어쩔 수 없으니).......


 치앙마이에서 마신 또 하나의 색다른 커피는 바로 Banviang Coffee의 코코넛 커피였다. 코코넛원액을 베이스로 그 위에 진하고 고소한 커피를 더한 코코넛 커피는 상쾌하게 맛있는 맛이었다. 설탕이 아닌 코코넛 자체의 단맛과 어우러진 아이스커피 맛은 청량했고, 커피와 함께 나오는 코코넛 과육은 달달하고 든든했다. 작지만 친절하고 유쾌한 주인아저씨가 있고, 저렴한 가격이지만 고급스러운 맛을 내는 커피가 있는 Banviang Coffee는 코코넛커피만큼이나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Rustiic market 커피 아저씨의 공짜커피                                 도이창 커피의 아이스라테


   일요일에만 열리는 러스틱 마켓에 가면, 무료로 드립커피를 내려주는 커피아저씨를 만날 수 있다. 무료라고는 하지만 정말 무료로 마실 수는 없기에 커피아저씨 앞에 놓인 팁박스에 작은 성의를 담아 커피값을 지불했다. 커피맛이 엄청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마켓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웃으며 드립커피를 만들어 주는 친절과 친절 뒤에 담긴 귀여운 상술은 커피 맛보다 훌륭했다.


  태국의 스타벅스라고 하는 도이창 커피의 커피를 안 마셔볼 수는 없으니, 역시나 시그니쳐라고 하는 아이스 라테를 마셔 보았다. 생각보다 커피값이 비싸서 ( 스타벅스 가격이었다) 조금 놀랐고, 커피맛은 그럭저럭 훌륭했는데, 그래도 나는 구불구불한  골목 구석에 숨은 작은 커피집에서 나름의 커피철학을 가지고 나름의 커피맛에 공을 들인 커피들이 더 좋았다.



  두 번의 실패와 한 번의 성공으로 마셔 본 Bart Coffee의 '더티커피 '. 가장 잊을 수 없는 가장 맛있는 커피였고,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구글에서 오픈이라 되어있음에도 두 번이나 굳게 문이 닫혀 있었다) 이곳의 더티커피는 꼭 마셔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커피였다. 처음 방문에 실패한 후  잊고 있었는데, 우연히 같은 골목을 지나다 문이 열려 있어 주문한 커피는 세상에 "너무너무너무 맛있다!"였다.   진하고 고소한 커피맛은 물론이거니와 커피장인이란 이런 거구나 싶게, 에스프레소 자체의 맛도  훌륭했고,  천천히 번진 에스프레소와 우유가 만들어 내는 조화로운 맛은  "맛있어! 맛있어!"를 연발하게 했다. 세 번째 방문은 또 실패라 딱 한 번 밖에 마셔보지 못해 아쉽고 또 아쉬웠던 바트의 더티커피. 다음번에 치앙마이에 가게 된다면, 매일 한 잔씩 마셔야겠다는( 사실은 에스프레소가 진해서 매일은 좀 무리일 것 같지만 말이다) 오기가 생기게 되는 잊을 수 없게 맛있는 커피였다.


 치앙마이 사람들은(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은) 커피에 진심이다. 커피로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은 별로 없어 보이는 데다( 대부분의 커피집이 5시에서 7시 사이에 문을 닫는다) 다양한 시도들로 자신만의 커피맛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어느 커피집의 무슨 커피가 유행이라서가 아니라 지금 나의 진심을 담아 만든 한 잔의 커피가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꾸준히 자신만의 커피를 만들어 가는 듯하다. 그런 진심은 눈에 보이는 법이다. 치앙마이에서 '1일 1 카페'를 하는 이유는 그게 아닐까 싶다. 누군가의 진심을 맛보는 일. 한국의 여느 카페들만큼 크고 멋진 인테리어를 한 곳도 아니고 의자는 대부분 작고 불편한 데다 오픈 시간도 대중없는 작은 카페들에 열심히 찾아가는 이유는,  시고 달고 톡 쏘고 말랑한 그 이상하지만 진심 어린 맛이 주는 위로와 환대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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