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인의 소개로 의뢰인이 상담을 하러 왔다. 사연은 이러했다.
어머니께서 오래전부터 시골에 살고 계신다. 역시 오래전부터 앞집에 먼 친척이 살고 있었는데 30년 전에 담을 쌓았고 어머니의 땅 안으로 담장이 세워졌다고 한다. 담장이 세워진 면적이 약 8평 정도. 당시에 어머니께서 친척에게 문제제기를 하였는데 친척은 미안해하며 1년에 얼마씩 사용료를 내겠다고 하였다. 어머니께서도 면적이 크지 않고 친척이라 그러시라 하였고 몇 년은 사용료를 받았지만 그 후로 사용료는 지급받지 못하였다.
그러던 중 마을에 도로를 개설하는 문제 때문에 어머니와 친척이 크게 다투었고 마음이 상할 대로 상한 어머니는 친척에게 “당장 담장 없애고 내 땅 돌려줘라.”라고 하였다. 그런데 친척이 코웃음을 치며 “무슨 소리냐, 여기 내 땅인데.”라고 하더란다. 친척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우리가 30년 전에 돈 내고 저 땅 샀는데 이제 와서 자기 땅이라고 한다. 못된 사람이다.”라며 이야기를 하였고 작은 마을이다 보니 온 마을에 소문이 났다. 의뢰인 어머니는 너무 억울해 지금은 몸져누워 계신다는 거였다.
나는 소송을 좋아하지는 않지만(나는 변호사다...) 이렇게 감정싸움이 격해진 경우 답은 소송밖에 없다.
이 사건은 누구든 먼저 시작할 수 있다.
의뢰인의 어머니는 담을 철거하고 내 토지를 인도하라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친척은 점유취득시효완성을 원인으로 하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점유취득시효는 쉽게 말하면,
- 등기는 내 명의가 아니다.
- 난 이거 내 땅인 줄 알았다.
- 내가 땅을 사용하고 있다(점유).
- 20년 넘었다.
그럼 내 땅으로 해 준다는 것이다.
물론 등기상 소유자 변동이 없어야 된다거나 소유자 변동이 있었다면 기간 계산을 달리 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으나 그것은 우선 논외로 하고.
재밌는 건, 법은 누군가가 땅을 점유하고 있으면 ‘네 땅이라고 생각했겠지.’라고 추정해 준다. 그러니까 친척이 20년 동안 점유했다는 것만 증명하면 의뢰인의 어머니가 적극적으로 “너네가 담 쌓을 때 분명 내가 쌓지 말라고 했었고. 그러니까 너네가 사용료 낸다고 했었고. 여기 너네가 사용료 낸 증거가 있고. 기타 등등” 즉, "네 땅 아닌 거 알고 있었잖아"를 증명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소송으로 가는 건 그렇다 치고.
나는 더 설명해 주어야 할 것이 있다.
- 소송이 진행되면 변호사 선임료를 지급해야 한다. 인지대와 송달료를 내야 한다. 이 사건은 측량 감정을 해야 하니 감정료도 내야 한다. 기간도 상당히 걸릴 것이다. 상대방의 태도에 따라 스트레스받는 일이 더 생길 수도 있다. 그래도 소송을 하실 것인지?
우리 의뢰인은 그 친척이 괘씸하다고 했다. 소송해서 결론을 내지 못하면 어머니께서 그 마을에서 못 사실 것 같다고 했다.
어떤 사건들은 사소한 감정싸움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런 사건들은 꼭 이겨야 한다. 의뢰인은 사건 수임 약정서를 작성한 뒤 몇 번이나 잘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가셨다. 나는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소장 작성을 시작했다.
법무법인 여원 대표 변호사 박수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