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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H Nov 15. 2019

NYS BAR EXAM

혼자가 아니어서

"바 시험 준비, 친구가 있어 좋았다"


마지막 학기 IBP를 같이 듣는 친구들 중 자연스럽게 3L과 졸업이랑 바 시험 이야기를 하며 친해졌다.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면 항상 어느 바를 칠 건지 물어보는 거로 시작하는데, 그 친구는 미국인인데 특이하게 뉴욕 바를 친다고 해서 기억하고 있었다. 미국 친구들은 거의 대부분이 버지니아 바나 주변에 있는 주의 바를 친다고 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나도 버지니아 바에서 뉴욕 바로 마음을 바꾼 후 내 친구 Greg이랑 뉴욕 바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하게 되면서 친해졌다.


언젠가 Greg이 이번 3L 중에서 뉴욕 바를 치는 학생은 우리 둘뿐이라고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었다. 마지막 학기 다른 친구들과 교수님들이 버지니아 바 준비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우리는 특별 취급을 받았다. 친구들이 다 버지니아 바 준비를 위해 무엇인가를 할 때 Greg이랑 나는 서로에게 물어봤다.


“우리도 이런 거 해야 하나?”


가끔은 버지니아 바 말고 다른 바에 대해서도 알고 계셔서 다른 바 치는 학생들을 도와주시는 교수님 오피스에 가서도 이것저것 많이 여쭤봤다. 그렇게 조금씩 뉴욕 바에 대한 정보를 모아가면서 바 시험에 대해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뉴욕에서 사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사는 곳에서 시험을 치겠다고 신청할 자격이 있었지만 뉴욕주에 살고 있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일괄적으로 알바니Albany나 버팔로Buffalo시험장밖에 열리지 않았다. Greg과 어디를 선택해야 할까 이야기하다가 지도를 보고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 보이는 알바니에서 치기로 했다. 여기서 알바니까지 비행기로도 3~4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였다. 비행기 값도 걱정되고, 모텔값도 걱정되고, 그곳에는 싼 교통수단이 있는지도 걱정되었다.


점점 시간이 다가올수록 복도에서 Greg이랑 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시간도 늘어만 갔다. 이제는 알바니까지 어떻게 갈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는 아무래도 몸 컨디션을 생각하면 비행기 타고 가야 될 것 같은데 비싸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내 이야기를 듣더니 Greg은 차로 운전해서 갈 거라고 했다.


“혹시, 나도 태워줄 수 있어?”


Greg도 바로 혼자 가는 것보다는 같이 가는 게 심심하지 않을 거라면서 흔쾌히 차를 태워주기로 했다. 이쯤 되니 이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 학기에 IBP수업을 같이 하면서 학교에서 3L 중에서는 유일하게 뉴욕 바를 치는 친구를 만나, 그 먼 곳까지 가는 데 정말 고맙게도 동행하게 되다니 정말 나는 축복받았구나.’


4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하나씩 뉴욕 바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뉴욕 바 시험 등록이 됐다는 확인 이메일을 받았지만, 장소에 대한 연락을 못 받아서 기다렸다. 혼자 기다렸으면 불안했을 텐데 Greg도 아직 못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심했다. 장소 등록 이메일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Greg에게 연락을 했다. 우리 같이 내일 알바니로 신청을 해야 한다고. 조금 떨어져 있는 버팔로보다는 알바니가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장소라서 자리 신청이 치열하다고 들었다. 선착순이라서 신청 시간이 되자마자 바로 신청해야 안전하게 알바니를 선택할 수 있다고 들어서 수강 신청하던 실력을 발휘해 사이트가 열리자마자 바로 알바니를 신청했다.


Greg도 알바니를 신청했고, 확인 이메일을 받은 후에는 이제 장소가 정해졌으니까 다른 학생들이 모텔을 예약하기 전에 빨리 모텔을 예약하려고 검색을 시작했다. 시험 장소에서 가깝지만 싼 모텔을 찾고 싶었는데, 역시 시험 장소에 가까운 곳은 정말 가격이 비쌌다. 시험 일정을 고려하면 3일을 예약해야 하는데 너무 부담되었다. 다행히 시험장소에서 가까운데 시내 반대쪽이라 가격이 상대적으로 많이 싼 모텔을 딱 한 개 발견해서 예약했다. Greg이랑 모텔 예약도 성공적으로 마치자 그제야 진짜 시험이 6주밖에 남지 않은 것이 실감이 났다.


"바 시험 치러가는 길, 혼자가 아니라 행복했던 길"


우리의 여행 계획은 첫째 날 시험 치기 하루 전은 리치먼드에서 출발해 알바니에 도착하고, 둘째 날은 시험치고, 셋째 날도 시험치고, 넷째 날 다시 차로 10시간을 달려 리치먼드로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제일 걱정하던 비행기표 안 사도 됐고, 친구 차로 가니까 그곳에서 버스를 타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나 일일이 다 걱정하며 준비할 필요도 없었고, 원했던 알바니 신청도 성공하고, 시험장소랑 가깝지만 훨씬 싼 가격에 숙박도 구했다. 정말 완벽했다.


시험 하루 전날, 비장한 마음으로 최소한의 공부할 책들만 챙겨 준비했다. Greg이 도서관 앞에 픽업하러 왔다. 신나게 달려서 저녁에 모텔에 도착해서 체크인하고 내일 아침에 만나기로 하고 공부 열심히 하라고 응원하면서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와서 공부하면 뭐가 달라질까 싶었지만 긴장되는 마음을 풀려고 책을 선반 위에 펼쳐놓고 마지막 공부를 열심히 했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니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강제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Greg과 차를 타고 시내로 나갔다. Greg과 나는 다른 건물에서 시험을 봐서 Greg이 입구에서 내려주고 헤어지게 되었다. 서로 시험 잘 보라고 응원해주고 돌아서서 알바니에 와서는 처음으로 혼자가 되어보는 떨리는 기분을 안고 시험장 사인을 따라 건물로 들어갔다. 시험 일정은 오전에 3시간, 오후에 3시간 시험이었다. 사람들로 바글바글한 건물 안에서 그 긴 줄에 서서 기다리고 검색대를 통과하면서 놀이공원 밴드 같은 형광 초록 손목밴드를 받았다. 지금부터 내일 시험이 끝날 때까지 이틀 동안 밴드를 풀지 말라고 경고를 듣자마자 그럼 샤워는 어떻게 하라는 거지라는 바보 같은 질문을 속으로 하며 실없이 웃으며 내 자리를 찾으러 안으로 들어갔다. 시험장은 정말 장관이었다. 체육관처럼 보이는 그 넓은 곳에 1, 2, 3층으로 나뉘어서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책상들이 놓여 있었고, 그중 두 번째 층에 있는 가운데 자리가 내 시험 책상이었다.


"첫날, 대망의 시험을 치는데 졸다니"


떨리는 마음으로 오전 첫 시험을 시작했다. 첫 시험 과목은 MPT (Multistate Performance Test) 였다. MPT는 현실에 있을 법한 가정을 주고, 그에 대해 법적인 자문을 쓰는 메모 형식으로 쓰는 시험이다. 90분짜리 문제 두 개를 푸는 시험인데, 문제를 분석하고 메모를 쓰기에는 타이트한 시간이라 문제를 풀며 3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끼면서 열심히 풀었다. 폭풍 같은 첫 시험이 지났고, 그래도 연습했던 대로 나쁘지 않게 쳐서 기분이 괜찮았다.


이제 1시간 반 동안 점심시간이었다. 나는 원래 중요한 날이나 시험을 앞두고는 식욕이 없어지고 소화도 잘 안 돼서 음식을 잘 안 먹는다. 또 오후에도 시험을 치는데 밥을 먹고 나면 식곤증이 심해서 시험 볼 때 혹시나 졸릴까 봐 너무 걱정되어 초코 바랑 초콜릿으로 점심을 때우고 조금 눈을 감고 있었다. 커피의 힘을 빌리지 않은 날에는 점심 직후 수업에서 항상 숙면을 취했으니까.


오후 시험이 시작됐다. 오후 시험은 MEE (Multistate Essay Examination)로 30분짜리 문제를 6개 푸는 시험이었다. 한번 쭉 훑어보고, 쉬운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나갔다. 역시나 시험을 열심히 치다가 잠시 정신이 흐릿해졌을 때가 있었다. 너무 졸려서 잠깐 졸면서도 이러면 안 되는 데라며 다시 정신을 차리고 시험을 쳤다. 긴장도 했는데 졸리기도 해서 정신없이 오후 시험을 치루다가 에세이 시간 분배 계산을 잘못 해서 5개를 풀다가 에세이 문제가 한 개 남은 것을 발견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걸 발견했을 때 너무 놀라서 심장이 아팠다. 곧바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급한 마음에 빠른 속도로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마지막 에세이는 완벽하게 쓰지 못하고 시간이 마감되어서 강제로 제출하게 되었다. 마지막에 너무 놀라서 시험을 마치고 시험장을 나오면서도 그 에세이가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큰일 났다. 마지막 에세이 때문에 바 시험 떨어질 수도 있겠다. 어떡하지.’


긴장하고 졸려서 시간 계산도 제대로 못 하고, 오후 시험을 그렇게 바보같이 망쳤다. 나는 바 시험을 통과 못 할 것만 같다는 생각을 가득 안고 첫날 시험장에서 드디어 해방되었다. 시험장 근처에서 Greg을 기다리며 시내 중심의 정말 예쁜 건물들에 넋을 놓았다.


‘여기를 놀러 왔으면 참 좋았을 텐데. 시험을 치러와서 긴장된 기분으로 보게 되네.’


Greg을 만나서 시험 친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시험 못 봤다고 하면서 숙소에 들어왔다. 일단 두 시간 정도 쉬고 저녁을 간단하게 먹으러 가기로 해서 잠깐 쉬러 방에 들어왔는데, 아침에도 공부한다고 책을 다 펴놓고 나간 걸 보니까 차마 쉴 수가 없었다. 오후 시험에서 에세이 한 개를 잘 못 쓴 게 계속 마음에 걸려서 결국 내일 시험 칠 것들을 펴고 다시 공부했다. 다행히도 둘째 날은 내가 제일 자신 있고, 익숙한 객관식 문제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갈고닦았던 실력을 확실하게 펼쳐서 오늘의 실수를 만회하겠다는 각오로 공부를 했다. 저녁도 숙소 옆에서 간단하게 먹고 다시 와서 그날 밤은 공부만 열심히 하다 잤다.


"둘째 날, 드디어 해방이다"


둘째 날, 어제 오전과 같이 시험장으로 들어가서 이제는 익숙해진 내 시험 자리에 앉아 오전 시험을 준비했다. 둘째 날 오전 시험과 오후 시험은 MBE (Multistate Bar Examination)로 100문제를 3시간 안에 푸는 것이었다. 큰 어려움 없이 문제를 풀고 후련한 마음으로 시험장을 나왔다. Greg과 드디어 바 시험을 끝냈다는 기쁨에 저녁을 먹고 시험장 근처 시내를 한 바퀴 돌아봤다.

이제야 마음 놓고 멋들어지게 지어진 고딕 양식의 건축물들을 돌아보며 시내 구경에 나섰다. 시험도 끝났는데, 마지막 알바니의 밤을 이대로 일찍 끝내고 숙소로 돌아가기 싫어서 시내를 계속 돌아다녔다. 사람 없는 낯선 도시의 밤거리를 친구랑 마음놓고 걸어다닐 수 있어서 정말 정말 행복했다. 조명으로 예쁘게 꾸며진 고풍스런 건물 앞, 웬일인지 젊은 친구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혹시나 싶어서 가보니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이 우리처럼 시험 끝나고 바로 숙소로 가지 않고, 시험의 여운을 안고 도시 구경을 하다가 다들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일단 시험이 끝났다는 기쁨에 모두들 기쁜 얼굴로 서로를 축하해줬다. 우리도 신나서 그 친구들이랑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연락처도 주고받으면서 마지막 저녁을 보내고 다음 날 다시 10시간 강행군을 하며 리치먼드로 돌아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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