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되고 아이들이 개학을 하고 학교생활도 적응해 나가니 나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요즘엔 정말 딱 지금만 같아도 더 바랄 게 없겠다고 이야기한다.
작은 아이는 매일 등교를 하고, 큰 아이는 매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 2회 주 3회를 번갈아가며 등교하기 때문에 방학 동안 둘을 데리고 삼시 세 끼를 챙겨주는 것에 비하면 지금은 너무나 감사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기니 마음도 여유로워지는 것 같다.
아이 둘이 아침 일찍 등교를 하고 남편도 출근을 하고 나니 지저분해진 집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천천히 음악을 들으며 집을 치우고 오랜만에 쇼파에 앉아 베란다에 들어오는 따뜻한 햇빛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보았다. 도서관에도 가야 하고, 은행에 들려서 처리해야 할 일들도 있고, 아이들 문제집과 독서토론에 읽을 책을 사러 서점에도 가야 했다. 아이들은 점심 급식을 하고 1시쯤 집에 오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약 3시간 정도 인 듯했다. 그런데 위에 나열한 일들을 하다 보면 3시간은 훌쩍 지나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앉아서 베란다를 바라보는데 겨울 내내 방치되었있던 자전거가 눈에 들어왔다. 날씨가 따뜻해져서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고 안양천을 달리면 참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해야 할 일들을 다 하고 나면 왠지 나의 체력이 바닥나 자전거를 탈 마음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랜만에 갖는 나의 황금 같은 시간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보내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해야 하는 급한 일들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은 잠시 미뤄두자고 말이다.
아이를 낳고 보니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잊고, 모든 것이 내가 아닌 가족중심이 되었다. 그래서 자꾸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게 되고, 내 마음의 소리에 잘 귀 기울이지 못했다. 자꾸 그렇게 내 마음의 소리를 무시하다 보니 그것들이 쌓여서 몸도 마음도 힘들었다는 것을 최근에야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엔 내가 하고 싶은 걸 자꾸 의식적으로라도 하려고 한다. 참 별거 아닌데,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그 별거 아닌 일도 나에게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오랜만에 나의 기분전환을 위해, 잠시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먼저 하기로 했다. 베란다에 먼지 이불을 덮고 있는 자전거 곁으로 다가가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 , 작은 가방에 지갑과 핸드폰 이어폰을 귀에 꼽고 밖으로 나왔다.
아직은 약간 차가운 바람과 따뜻한 햇빛이 너무나 기분 좋게 느껴졌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 중간중간 피어있는 꽃들이 저절로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따뜻한 봄 햇살에 혼자 운동을 나온 사람들도 있고, 친구와 함께 연인과 함께 걷는 사람들, 바라보는 모든 것들이 그냥 다 좋았다.
목적지 없이 달리고 달려 광장 같은 곳이 눈에 보여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휴식을 취했다.
오늘 나의 결정이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어렸을 때부터 자주 들었던 “오늘 해야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그 말을 지키지 않은 내가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이것저것 하느라 바쁘게 시간을 보냈다면,
에너지와시간을 다 써버리고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또 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가끔은
해야 할 일을 잠시 미뤄두고,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렇게 기분 좋은 나만의 하루를 하나 둘 만들다 보면,
힘이 나고 해야 할 일들을 더 잘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