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진양 Feb 13. 2022

산에서 "오빠"를 외치다

관악산 산림욕장 ~ 국기봉까지

남편이 쉬는 날,

방학중인 아이들과 운동할 겸

산에 올라가기로 하고 집을 나섰다.


남편이 예전에

관악산 산림욕장에서 출발해서 국기봉까지 가는

코스로 한번 다녀왔던 적이 있는데,

다녀오고 나서 참 좋았다고 다같이 한번 가자고

매번 이야기를 했었다.

여름에 이야기를 했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가게 된 것이다.


주차를 하고 다같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항상 넷이 같이 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등수가 정해진다.


첫 번째 선두그룹, 아이들

역시 체력이 넘치는 아이들이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한다.

둘이 서로 도와가면서 즐겁게 올라가는 아이들.  


두 번째, 남편

남편은 아이들과 함께 빨리 갈 수 있지만

아이들과 나를 함께 챙기기 위해 중간에서 왔다 갔다 하며 올라간다.

운동을 좋아하는 남편 역시 지치지 않는 체력이다.


꼴찌는 언제나 나.

초반에는 아이들과 남편에게 속도를 맞춘다고

거의 쉬지 않고 올라가다가 나중에는 쉬엄쉬엄 천천히 내 속도로 올라간다.


그런데 올라갈수록 돌이 많아서 좀 위험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중간쯤에 남편에게 나는 내가 알아서 혼자 잘 갈 수 있으니

아이들 위험하지 않게 옆에 붙어서 같이 가라고 보냈다.


이제는 완전히 남편과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천천히 쉬엄쉬엄 올라가다 보니 정상이 눈에 보인다.

길을 잘 몰라서 그냥 사람들이 내려오는 곳으로 무조건 올라갔다.



정상에 거의 도착했을 때 쯤,

어디로 가야 하는지 헷갈렸다.

고민하는 내 모습을 내려가시던 등산객분이 보셨는지

돌 사이를 지나가면 길이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가파른 길을

거의 기어가다시피하며 힘겹게 올라갔는데

또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서서 고민을 했다.

발 밑으로 거의 낭떠러지라 아찔하고 무서웠다.

남편이 혹시 내 소리를 듣고 내려오지 않을까 하고

" 오빠~~~~"

"오빠~~~~"

"오빠~~~~"

몇 번을 불러본다.

아무런 대답이 없다.


돌아서서 내려가자니 왔던 길도

무섭게 느껴져서 엄두가 나질 않는다.

뒤로도 못 가고 앞으로도 못 가고

참 난감했다.


계속 머뭇머뭇거리다가

다시 앞으로 전진하기로 마음먹는다.

발을 천천히 침착하게 내딛고 손으로 돌을 꽉 잡고

차근차근 건너갔다.

용기내어 코너를 돌자

드디어 길이 보인다.

( 안도의 한숨과 함께 난 너무 무서운데 다른 분들은 무섭지 않나?

내가 겁이 많아 그런가?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때 ,

" 여보~~~" "엄마~~~~~"

남편과 아이들이 나를 찾으며 내려오고 있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위에서도 내 이름을 몇 번 불렀단다.

그런데 대답도 없고 기다려도 오지 않으니

 무슨 일이 생겼나 하고 내려왔던 것이다.

(서로 애타게 이름을 부르며 찾고 있던 것인데 전혀 들리지 않았다)


아무튼 그렇게 무사히 정상에 도착을 했다.

그런데 정상에 도착해보니 정상에 올라가는 길이 하나 더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계단으로 안전하게 올라오는 길이 있었던 것이다.



계단길을 나는 보지 못하고,

사람들이 내려오는 곳만 따라가다가 힘든 길로 가게 된 것이었다.

계단보다는 더 빨리 정상에 도착하지만 초보자였던 나에겐 조금 위험했던 코스였다.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꼭 계단으로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




안절부절. 후덜덜
산에서 오빠를 외치다


산에서"야호"가 아닌
"오빠"를 외치게 될 줄이야.  



관악산 산림욕장 입구


바위가 많았다. 요기 올라가는 건 쉬웠는데!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정말 너무나 좋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꽃 나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