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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Dec 20. 2020

딸 자랑

우리 집 얘기


제 딸이 태어난 날도 오늘처럼 추웠습니다.

애기가 엄마보다 하루 늦게 퇴원하는 바람에 제가 가서 받아왔지요.


포대기에 꼭 싸안고 걸어오다 멈추고 몇 번이나 살며시 열어봤습니다.

하도 가벼워서 혹시 어디 빠졌을까 봐요.

자꾸 보고 싶어서요.






언제부턴가 딸은 묻기 전엔 제게 먼저 말을 안 합니다.

일 년에 두세 번, 새로 갱신한 제 신용카드 번호나 엄마 어디 갔냐고 물어보는 거 빼고요.

싸운 거 아닙니다.


떨어져들 살아서 만든 식구 카톡방에,

딸은 공지사항이나 올립니다, 실업수당 받아서 자동차를 샀다든지요.

엄마하고는 따로 통신하는 듯합니다.


제가 도박이나 술주정하는 가정 파탄 가장은 아닙니다.

딸이 중 고등 때 외박(지들끼리 하는 슬리포버sleepover 같은 거) 못하게 한 거 정도 밖에 짚이는 것도 없고요.


하긴 이런 게 아주 생소하지는 않습니다.

저도 아버지 돌아가시기 한 오년 전부터 말을 안 했으니까요.


제 탓입니다. 





산에 같이 간 친구가 자기 배낭에 뭐가 들었는지를 모르더라고요.

산에 잘 안 다니는 아버지를 위해 배낭을 딸이 싸주었다네요.


딸이 아버지한테 같이 영화 보러 가자고 조르고,

딸하고 둘이서 여행을 떠나고,

딸 자랑하는 친구들이 시기심 없이 부럽습니다.


우리 딸도 아버지 자랑하는 친구들 보면서 얼마나 부러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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