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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Sep 10. 2020

부하가 그만두면 좌절
부하가 휴가 가면 안절부절

한번 더하면 잘할 것 같은 경영


<부하가 그만두면 좌절하는 상사, 브런치, 2020.9.10 >에  <부하가 휴가 가면 안절부절, 브런치,  2020.10. 03>을 병합하여 제목을 바꾸고 <부하가 휴가 가면 안절부절, 브런치,  2020.10. 03>는 발행 취소합니다. 10. 25. 



어느 대기업에서 중간 간부 십여 명을 미국 명문대의 MBA 과정에 유학 보내기로 하고 본부별로 한 사람씩 추천하라고 했다. 회사에서 전체 비용을 대는 교육 프로그램이어서 거기 뽑힌 직원에게는 혜택이자 기회였다. 재촉을 하니 마지못해 어떤 본부장이 부하 중에 역량이 제일 처지는 직원을 찍어서 올렸다고 한다. 그랬더니 추천받은 직원은 자기가 무얼 그렇게 잘못했느냐고 항의했다는 코미디 같은 이야기가 있다. 회사로서 유망한 사람을 뽑아서 보내는 게 당연한데 그럴수록 당장 업무 공백이 크기는 하다. 그렇다고 특별히 관리 대상 직원을 유학 보내주자고 천거한 소심한 본부장은 임원의 자격이 없다. 한편 정작 쓸만한 직원들은 그런 게 있는지 조차도 모르고 앉아서 정신없이 일만 하고 있었다는...




직장에서 부하가 그만두면 상사가 좌절하고, 상사가 떠나면 부하들 얼굴에 화색이 돈다. 필자도 회사에서 임지가 바뀌거나 퇴직할 때는 적어도 그 자체로 내가 부하 직원들을 (잠시라도) 기쁘게 해주겠구나 했다. 상사는 일을 시키는 사람, 부하는 시킨 일을 하는 사람으로 형성된 재래식 조직 구도에서, 시키는 쪽이 사라지면 기쁘고 일꾼이 나가면 불안해진다. 하지만  그 구도는 금세 원상 복구된다. 어디서 엉뚱한 꼴통이 내려와서 구관을 명관으로 만드는 사례도 있고, 반대로 떠난 부하 자리에 슈퍼맨이 들어와 조직의 역량을 한 단계 올려놓는 전화위복도 흔하다. 


부하가 불쑥 내민 사직서에 전전긍긍하며, 만류한답시고 떠날 사람과 밤늦게까지 소주잔을 기울이는 것은 비생산적이다. 어차피 송별회 한다고 퍼 마실 거면서... 피고용자가 직장에서 온전히 그리고 단 한 번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사직서 밖에 없다. 당사자는 사표를 떤(던)지기 전에 많은 고민을 했을 터,  배신자네 뭐네 하고 펄쩍 뛰어봐야 도로 집어넣는 경우는 드물다. 설사 무른다고 해도 육 개월 있다 다시 낸다. 


유능한 경영자는 직원의 갑작스러운 이동이 발생할 경우에 가동할 비상 조직도 하나 정도는 맨 아래 서랍에 넣어 둔다. 어느 경우에나 업무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도 관리자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필수 요원 자리 정도는 대타를 양성해 놓으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부하 직원이 빠져 순간적으로 조직이 헐거워지면서, 이리저리 끼워 맞추는 개편의 자연스러운 계기가 되기도 한다. 공석을 급급하게 메꾸는 대신 발전적으로 조직을 흔들어 보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직원의 이직 가지고 호들갑 떠는 관리자는 그래도 약과다. 







부하직원이 휴가만 가도 어쩔 줄 모르는 상사가 있다. 


툭하면 휴가 간 직원에게 전화를 걸고 사무실로 불러낸다. 이유는 대개 높은 사람이 무슨 자료를 급하게 찾는다는 건데 가 보면 별것도 아니거나 이미 상황이 종료된 뒤다. 그 상사에겐 부하의 휴가는 사치고 높은 사람의 급하지도 않은 자료 요구에 견주어 열등한 가치다. 


유럽에서 근로자의 휴가는 보호받고 업무에 우선한다. 아무리 긴급한 업무라도 휴가를 접고 업무에 복귀하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휴가가 몰리는 8월 내내 업무 공백이 불가피한데도 그걸 뭐라고 하는 사람은 외국 사람뿐이다. 휴가지에서 다음 해 휴가를 예약해 놓고 돌아오는 일도 흔하다. 돌발사태가 많아 월례 저녁 모임 약속도 지키기 어려운 우리 직장인들에겐 그야말로 먼 나라 얘기다. 한 지역에서 내남없이 모두 공유하는 문화에 대해서는 시비가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추석 때 근 일주일씩 노는 것처럼. 


이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휴가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 휴가 일수도 늘어났고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 여성 근로자의 자녀 양육을 지원하는 장치도 늘어났다. 회사에서 잔여 휴가 일자 사용을 재촉'해야 하는' 규정까지 생겼다. 그러나 진정한 보장은 종업원들이 주어진 휴가를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게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다.


경영자 그리고 조직의 인식 변화가 우선이다. 휴가는 근로자의 권리이지, 회사가 베푸는 선심이 아니다. 밤에 잠을 자듯이, 휴가는 근로의 필수적인 순환 과정의 일부이다. 그런데도 직원의 휴가 사용에 대해 내심 아까워하고 불편해하는 경영자가 있다. 마치 애들에게 용돈 던져 주듯이 꼭 한마디 하고 보내준다. 직원이 육아 휴직 신청이라도 하면 업무 공백이 걱정돼서 이 앓는 소리들을 하는 경영자나 임원도 있다. 심지어 그런 거 싫어서 여직원은 받지 말자고 다짐까지 한다고 한다. 덕도 없고 용기도 없는 패배주의자다. 당장의 업무 공백은 기술적인 문제이고 사전에 준비하면 흡수할 수 있는 충격이다. 


임시로 대타 ( 업무대행자)를 써도 된다. 일이 되겠냐고? 외국엔 중역을 대타로 쓰는 회사도 있다. 기업 관리에서 직원의 휴가나 복지는 당장은 비용일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이익으로 되돌아오는 남는 장사다. 거꾸로 말하면 그런 투자 개념으로 직원 복지를 설계해야 한다. 혹 직원 복지를 없애는 대신 복지에 들어가는 비용을 몽땅 돈으로 나누어 주고 퉁치는 발상은 어리석다는 얘기다. 복지의 가치 사슬을 좀 길게 내다보는 경영자의 지혜와 인내, 그리고 철학이 필요하다.   


동양의 수신서들은 자연의 움직임을 본받으라고 강조한다. 주역周易의 건乾 괘를 해석하면서 공자는 자강불식自彊不息이라는 개념을 소개하였다. 도서관이나 학교에 가면 벽에 많이 걸려있는 문구다. '자기 스스로 힘쓰고 쉬지 말라'라는 뜻인데, 일만 하고 쉬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밤낮, 사계절이 '쉼' 없이 바뀌는 하늘의 움직임에서 이미  '쉼'도 그 움직임의 일부다. 따라서 일하고 쉬는 리듬을 '쉬지' 말고 계속하라는 말로 새길만하다.  단, 경영자는 예외다. 리듬 타고 휴식할  여유도 없고, 어차피 걱정이 돼서 쉬나 마나다. 사회 지도층도 휴가 같은 거까지 솔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규모에 관계없이 최고의 자리는 어렵다. 영광이 그 보상이다. 







상사로서 부하가 없으면 좀 불편할 뿐 혼자서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실력이 있어야 한다. 유사시 한 단계 아래 수준의 실무 정도는 비록 느리더라도 맥을 이어갈 준비 태세가 되어있어야 한다. 

기본적인  업무 정도는 실무자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익혀서 '혼자서도 잘하시는' 상사의 본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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