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 그른 데 없다.
조선시대 김천택의 시조 구절 중에 '가다가 중지 곧 하면 아니 감만 못하니라'가 있다. 한번 시작했으면 포기하지 말고 끝을 보라는 격언인데, 뒤집으면 하다 말 것 같으면 아예 시작도 하지 말라는 얘기로도 들린다.
세상에는 몸소 해보지 않고는 얼마나 힘든지, 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일이 많다. 그래서 사람은 경험해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에 대해 두려워하고 스트레스를 느낀다. 두려우면 망설이고 시작을 못한다.
한편 사람은 그 두려움에 맞설 때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인간은 긴장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전력투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기들이 첫 걸음마를 뗄 수 없다. 사람에 따라, 세대에 따라 이런 용기와 기백은 차이가 있다. 바다표범에게 잡아먹힐 각오를 하고 첫 번째로 바다에 뛰어드는 펭귄을, 불확실하고 위험한 상황에서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는 선구자에 비유한다.
벤처사업으로 성공한 이들 중엔 확신을 가지고 시작한 사람도 있지만, 잘 모르면서 일단 부딪혀 보고 곡절 끝에 성공한 사람이 꽤 많다.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전에 이리저리 재다 보면 그만두어야 할 이유가 훨씬 많이 보이게 되어있다. 모험을 하는 대신 안전하고 안정적이고 검증된 오늘에 안주하면서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는 건 요행이다.
공자의 제자 염구가 말했다. "저는 선생님의 도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힘이 부족합니다(力不足)."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힘이 부족한 자는 중도에 그만두는데, 지금 너는 미리 금을 긋는 것이다."
冉求曰 非不說子之道 力不足也 子曰 力不足者 中道而廢 今女 劃
논어 옹야 편 / 낭송논어
해보지도 않고 엄살을 떠는 제자와 공자 사이의 대화인데, 우리가 능력이나 여건이 안 된다고 지레 포기할 때 쓰는 역부족이라는 말의 출전出典이다. 끝까지 해보고 안될 때 그만두는 것이 바로 역부족力不足이라고 공자가 나무라고 있다. 해보지 않고는 자신의 한계를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