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어원을 타고 올라가면 언어 사용자 집단이 세상사에 접근하는 관점의 실마리를 풀 수 있다.
'고맙다'를 뜻하는 영어의 THANK와 독일어의 DANKE는 '생각하다'라는 THINK와 DENKEN에서 왔다는데,
고마움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짐작게 한다.
어려서 명절 같은 때 모이면 집안의 어른들은 '고맙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
갓난아이가 아프지 않고 충실하게 크는 것,
내가 중학교 시험에 붙은 것,
아버지가 직장에 잘 다니는 것까지
'잘 되었구나 또는 축하한다.'라고 할 대목에
'참 고맙다.'고 했다.
후손에게 집안을 대표해서 전하는 감사의 말씀이라고 하기엔 좀 거창하고,
제 앞가림하면서 친척들에게 손 벌리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라는 뜻이면 너무 돌아가는 얘기다.
어려서는 모르는 말 이상한 말이 하도 많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신경 쓸게 많아서 그런 정도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철 따라 유행하는 놀이에 대비해서 도구를 준비하고 전략을 구상하기 바빴다. 딱지 (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거 같은 )는 달력이나 마분지처럼 두꺼운 재료로 접어야 잘 안 넘어갔다. 그래서 난공불락의 딱지를 '가빠'라고 불렀는데 그런 거 한 개씩은 갖고 있어야 업계에서 행세할 수 있었다.
고맙다'가 옛날에 '존귀尊貴하다'의 뜻으로도 쓰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말의 '고맙다'에는 존귀한 신에게 감사한다는 어원적 의미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집안 어른은 나나 우리 아버지가 아니고 천지신명이 고마운 것이었다.
영어로 하면 THANK GOD이다.
살면서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사람들이다.
내게 그들을 있게 하신
하느님 고맙습니다.
찬란한 가을의 이 아침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