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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Nov 26. 2021

 '미학적 인간으로 살아가기'

독서록

책: 미학적 인간으로 살아가기 / 최광진 저


내가 속한 독서 동아리에서 함께 읽고 이야기한 내용을 요약한다.


사람들은 고도의 물질문명의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인간은 과연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일을 로봇이 대신함으로써 많은 실직자가 양산될 것이고 사람들은 이제 새로운 라이벌인 로봇과의 경쟁에서 승리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노동시간이 줄어듦으로써 인간은 많은 여가를 얻게 되겠지만 여가가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평생 일에서 보람을 찾던 사람들에게 자유와 여가는 오히려 헤어날 수 없는 권태를 부를 수 있다. 백수의 자유는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권태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은 오락과 쾌락적 문화에 빠져들게 되겠지만 그럴수록 근원적 행복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다.
P 8


저자는 정신적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는 현대인들을 고치는 치료제와, 그리고 다가오는 미래에 대처하는 백신의 역할을 미학에서 찾고 있다.


우선 미학의 개념을 설명하고 나서 미학적으로 살아나가는 태도를 제안했다. 아울러 미학적인 인간의 조건을 부연한다.


인간을 과학적, 정치적, 노예적 범주로 분류하면서 정치적 인간과 노예적 인간 사이의 은밀한 결탁이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형식에 구속되지 않는 미학적 인간을 부각하고 있다


4대 성인을 동원하며 적용한 공통 키워드도 '자유롭게 함'이다. 소크라테스는 지식을, 예수는 율법을, 석가모니는 제식을 그리고 공자는 예법을 자유롭게 한 공로로 책에서 '미학적 인간의 전당'에 올랐다. 성인들을 자유의 사도로 본 시각이 특이하다.


노후준비를 편안하게 지낼 집과 안락한 생활을 가능하게 할 돈을 마련하는 것으로 여긴다면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진정한 노후 준비는 내가 창의적인 일에 재미있게 몰두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지 수입과 상관없이 내가 흥미를 갖고 신나서 몰두할 수 있는 것이면 됩니다... 자신에게 잠재된 창조성이 발휘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행복은 편안함에서 오는 행복과 비교할 수 없는 근원적인 행복입니다.
 p.195


은퇴자들이 노동 시장 밖으로 모셔지면서 주어진 여가를 제대로 운용하지 않으면 (다른 말로 미학적으로 이용하지 않으면), 권태를 해결하려는 쾌락의 포로가 될 뿐이라는 경고에 공감이 간다. 노예의 사슬처럼 인간을 감고 있는 굳은 관습적 형식을 벗어나라고 하는데 형식은 세속적인 편안함과 쾌락을 포함한다.


인간은 이기적인 정치적 인간과, 경직된 과학적 인간이 만들어 놓은 관습과 형식에 얽매인다. 설계된 편안함과 쾌락의 삶은 평탄하지만 의존적이다. 미학적인 삶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지 않고 길을 새로 내며 걸어가는 창의적인 삶을 말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 일상 노동을 인공지능에 양도 (당) 하고 난 후 인간에게 돌아올 피동적인 편안함을, 지금 시대 은퇴자의 권태와 등치 시키면서 근원적 행복의 추구를 독려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설정된 쾌락과 과시적인 소비의 관습을 파괴하고 창조성을 발휘할 때 근원적으로 행복해지고 그것이 바로 미학적인 삶이라고 주장한다.


좋은 예술 작품은 습관에 가려진 무의식을 의식하게 한다
p251


예술은 대상과 하나가 되는 행위다. 대상과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조화하는 아름다움의 실천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하면 창조적 힘이 충전된다. 사랑이 바로 사람다움이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예술이 미학적 인간으로 귀환하는 통로가 된다.



https://www.pewresearch.org/global/2021/11/18/what-makes-life-meaningful-views-from-17-advanced-economies/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퓨 리서치 센터 Pew Research Center에서 선진국 사람들을 대상으로 '삶의 의미' ( what makes life meaningful)를 물어보고 그 결과를 지난주에 올렸다. 한국을 포함한 17개국 중 유일하게 한국 사람만 물질적 풍요(material well-being)를 1위로 꼽았다고 한다.


미국, 스웨덴, 독일, 일본 등 대다수인 14 개국 사람들이 가족을 삶의 제일 중요한 가치로 생각했다. 한국 사람은 가족을 4위로 꼽았다. 복수 선택이 가능한데도 60% 이상이 한 가지만 골랐다는 점도 한국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한다. 망설임 없는 확고한 '소신'으로 찍었다는 얘기다.



'물질적인 풍요'에서 '물질'의 의미는 조사 대상의 형편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유엔이 정의한 절대 빈곤층은 하루 1.25 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물질은 식량, 식수 같은 생필(생명 필수) 품일 것이다. 따라서 '물질적 풍요'는 오늘 생명을 유지하고 내일도 살 수 있는 안전을 보장해 주는 절대 절실한 조건이 된다.


반면에 선진국 사람들에게 '물질적 풍요'는 '넘쳐나는 물자'와 동의어다. 클릭 한 번이면 문 앞에 대령하는 상자는 찰나의 열락悅樂을 제공하고 지구를 쓰레기장으로 만들 뿐이다. '풍부한 공급'이 상업적으로 조장하는 가공架空의 행복감은 근원적 행복과는 차이가 크다.


그렇다고 물질에 집착하는 우리나라 사람을 세속적이라고 싸잡아서 자조하는 건 좀 가혹하다. 어쩌면 아이 입에 넣을 뜨거운 밥 한술을 걱정했던 그리 멀지 않은 고단했던 과거가 집단적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지도 모른다. 뷔페식당에서 음식이 넘치는 접시를 들고 두리번거리는 눈빛을 보면 무섭기도 하지만 측은한 마음에 가슴이 찡해진다.


미학적으로 사는 게 삶의 근원적 행복을 찾는 길이고 그러기 위해선 영혼이 풍요로워야 한다. 의식주에서 아직도 주住의 문제에 고민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의 영혼은 빈곤하다. 그리고 불안하고 초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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