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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Jan 31. 2022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올라간 '대박'

https://public.oed.com/blog/daebak-a-k-update/


' Daebak! The OED gets a K-update 대박! 옥스퍼드 영어 사전 K - 개정


한국어 단어 26 개가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새로 등재되었다는 소식을 알리는 영문 블로그의 제목은 'Daebak 대박'으로 시작했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 당국은 K 팝과 K 드라마, 특히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면서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커졌다고 했다. BTS, 블랙핑크 인기의 영향도 빠뜨리지 않고 언급했다. 한 해에 20 여개의 한국어 단어가 등재된 게 매우 놀랍다는 뜻으로 대박이라는 표현을 쓴 것 같다. 대박을 포함 애교반찬, 치맥 따위가 작년에 추가된 26개에 포함되었다.


한국 언론에서도 '대박', '오빠', '먹방' oppa · daebak · mukbang … 따위를 제목으로 뽑으면서 이 소식을 앞다투어 전했다. '영어의 종주국인 영국, 그중에서도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옥스퍼드 대학이 펴내는 사전에...' , '전 세계적 한국 문화 열풍을 반영하는... '등 기사는 들떠 있었다영어는 인류 최초의 국제 공통어( 링구아 프랑카)라고 불리고 있다. 권위있는 영어 사전에 우리말이 들어간 건 신기하고 대견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온 나라가 영어에 강박을 갖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애교처럼 영어로 옮기기가 만만찮은 표현이나, 동치미 같은 고유 음식이 영어사전에 외래어로 포함된 건 바람직한 일이다. 다른 문화권의 고유한 표현을 발음 그대로 가져다 쓰는 걸 외래어라고 한다. 인류 문화의 교류에 의한 확장에 수반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대박'은 좀 뜨악하다. 어떤 일이 크게 이루어졌을 때나 사업이 크게 성공했을 때 대박 났다고 한다. 식당을 개업한 주인한테 대박 나세요 하면 덕담이 된다. 그런데 옥스퍼드 사전에서는 감탄스럽도록 놀라움으로 대박을 설명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젊은이들이 즐겨 쓰는 '대애박'을 의미하는 것 같다. 원 뜻과 다르므로 차라리 신조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새로운 사물이나 개념, 현상 따위를 설명하는 데 마땅한 말이 없거나 번거로우면 새로운 어휘를 만들게 된다. 코로나 시국에 많은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됐지만 신조어도 쏟아져 나왔다. 예를 들면 보복 소비, antivaxxer ( 백신 접종 거부자 )가 그것들이다.


감탄스럽도록 놀라움을 표현할 수 있는 부사와 형용사, 명사는 우리말에 이미 풍부하게 많다. 대박의 본래 뜻을 혼란시키면서까지 옹색하게 갖다 쓸 효용이 없다. 티브이에서 시청자의 반응이 폭발적으로 좋아서 (제대로) 사용한 대박의 용례를 사람들이 잘못 이해한 게 아닌가 의심한다. 발음도 재미있고 어감도 좋고 해서 따라 쓰다 굳어지지 않았나 싶다. 옥스퍼드 사전에까지 올랐으나 이제 바로잡는 건 난망이다.


오빠는 외국어로 번역하기 어려운 개념이 아니다. 영어는 여자 남자는 잘도 가리면서 가족의 성별 간 손 위아래 구별은 우리보다 둔하다. 형, 오빠, 누나, 언니, 동생brother와 syster로 단순화한다. 그나마 지칭으로만 사용하지 부를 때는 대개 이름first name을 부른다. 따라서 세분화된 가족의 우리말 호칭을 영어에 정확하게 대입하기 어려울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런데 옥스퍼드에 올라간 오빠는 가족으로서보다 남편, 남자 친구 또는 연예인 같은 남자 연장자에 대한 애칭의 용례로 보인다. 도저히 영어로 번역하기도, 상식적으로 이해하기도 힘든 헷갈리는 오빠 호칭을 사전에 올린 건 일견 이해가 간다. 


이렇게 되면 언어의 존재 이유인 정보적 기능에서부터 문제가 생긴다. 장모와 생모를 둘 다 어머니라고 불러 구별이 안 되는 것처럼, 가까운 가족인 남편오빠를 호칭으로 식별할 수 없게 된다. 처조카가 이모부를 오빠라고 부르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하는 사람도 봤다. 우리말에서 상대를 부르는 호칭이 적당하지 않아 벌어지는 문제가 남녀 간, 부부간의 호칭까지 천박하게 만들고 있다. 한자어, 영어로 도태당하고 몇 안 남은 순우리말(고유어)의 뜻이 공연히 왜곡되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고 시대가 바뀌면 말도 달라진다.


어휘는 사멸되기도 하고 파생, 생성되기도 한다.


자연 언어는 자연적으로, 점차적으로 변천한다. 그렇지 않고 (정신 나간)언론이나 특정 집단에 말이 휘둘리면 변천이 아니라 변태가 된다.


옥스퍼드 측은 한국어를 사전에 등재하는 과정에 한국의 학자, 대학, 기관의 자문을 받았다고 한다. 그들의 자문내용이 궁금해진다.


문체부 산하 국립국어원은,

옥스퍼드 사전에 먹방 같은 단어가 등재되면 자랑스러워하는데 정작 우리 사전엔 없다면서 2026년까지 70억 원을 들여 사전을 뜯어고치겠다고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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