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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Mar 12. 2022

인생허무 , 인생무상


반야심경의 일부



평생을 매달린 일이 실패했을 때 인생 허무虛無하다고 한다.

일생을 바친 일에 성공하고 나서도 허무하다고 넋두리하는 이가 있다.

중요한 일을 (한다고) 하던 사람이 죽었을 때 주위 사람들은 인생 허무하다고 한숨짓는다.


실패와 성공, 그리고 죽음에 대해 허무함을 통감하는 이유는,

일과 삶을 추동했던 목표에 대한 열정은 뜨거웠지만, 목적에 대한 자각은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등바등 고생해서 직업적 성취, 사회적 지위, 재산 따위 결과물을 얻었을 때는 목표에 대한 가치관이 흔들리더라는 얘기다. 희열 대신에, 이게 무어라고... 하는 자괴감에 빠지기도 한다.


인생허무虛無는 흔히 인생무상無常 하다는 탄식으로 이어진다.


무상은 일체 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하여 한순간도 동일한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의미하는 불교의 근본 교리다.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의 진리인 것이다.


유교 3대 경전의 하나인 주역周易의 역易도 바뀐다는 의미다. 그래서 주역을 영어로 'Book of Changes'로 번역하기도 한다.


비어있는 허무와, 변화한다는 무상이 통하는 이유를 생각해 본다.


무상의 끊임없는 변화엔 희로애락이 생멸生滅하는 변화가 포함된다.

즐거움도 괴로움도 그대로 있지 않고 생기고 없어지면서 계속 순환한다.

현재의 상태가 항상恒常할 것을 기대했던 인간은, 변화를 없어짐으로 인식하고 허전해하는 것이다.


무상 주체는 세상이고, 허무의 주체는 인간이다.

무상 자체는 허망하지도 괴롭지도 않다.

다만 현재에 집착하고 무상에 저항하는 인간이 허무를 느낄 뿐이다.


삼차원 세계에 사는 우리 인간은 공간은 이동할 수 있으나,

과거나 미래로 시간 이동은 못한다.

현재만 존재한다.

과거는 기억하고 미래는 상상할 뿐이다.

기계의 도움을 받고 체력이 되면 인천에서 카트만두로 날아가 에베레스트산을 오를 수 있어도,

일 년 전이나 한 시간 후로 순간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무상은 시간에 종속되는 변화다.

그래서 인간은 모든 게 변화한다는 간단한 원리를 상상은 하되 실감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세상 그 무엇에도 영원불변하는 본질은 없다는 '공성의 지혜'를 통찰하기 위해서는

개념적으로 사유하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가진 게 많은 인생은 허무하고, 내려놓는 인생은 충실하다.


안셀름 그륀은 그의 책 '황혼의 미학'에서

'놓아버리기'를 권고하고 있다.


재산에 집착하지 않기
건강에 매달리지 않기
관계에 느긋해지기
성에서 자유로워지기
권력 내려놓기
자아 버리기

황혼의 미학 / 안셀름 그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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