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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Apr 09. 2022

정치는 흥행 거리가 아닙니다.

© OpenClipart-Vectors, 출처 Pixabay



흥행興行 :
영리를 목적으로 연극, 영화, 서커스 따위를 요금을 받고 대중에게 보여 줌
표준국어대사전 / 네이버


전당대회나 경선 등 정치 행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 끌기를 풍자해서 흥행이라 부르는 부류가 있다. 행사를 주관하는 정당의 수뇌는 대놓고 흥행의 승부사를 자임한다. 얼굴이 알려진 인사들 ('중량급'이라고 부름)을 불러서 싸움을 붙이고 소란을 떠는데, 이때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 주면 흥행에 성공했다고 안도한다.


정치를 상업적 공연의 흥행에 견주면 국민은 구경꾼으로 밀려난다. 정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터무니없는 비유는 아니지만서도, 민초는 앉아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라는 소리로 들려 불편하다.


대중으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정치 집단의 분위기를 쇄신하려고 옛날 곡마단에서나 쓰던 낭만적인 용어를 발굴했나? 정치에 분개하는 국민들을 잠시 진정시키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흥행은 적절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비유라고 생각한다.


흥행 실패하면 흥행꾼인 공연 사업자가 망하지만,


정치가 잘못되면 정치꾼이 아닌 국민이 피해를 입는다.

국가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민이 정치의 주체이기 때문에 그렇다.


공연은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게 일이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감동적인 연기로 다수의 관중을 끌어들일수록 흥행은 성공하고, 많이 번다.


그렇지만 정치에서 이벤트는 도구이지 본류가 아니다. 국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도모하는 정치의 본분을 일회성 보여주기 쇼가 대신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국민이 정신 못 차리고 느긋하게 객석에 머물면, 화려한 영상으로 성공을 과장하고 실패를 덮어버리는 정치 흥행 몰이에 걸려들게 마련이다. 정치가 아무리 실망스러워도 국민은 정치를 타자화해서는 안된다. 나와 가족, 후손이 모두 정치의 당사자들이다.




정치 관련 기사를 읽다 보면 운동 경기에서 쓰는 용어가 눈에 띈다.


대권 주자, 등판, 중량급 ...

언론은 국민들에게 관전 포인트까지 친절하게 조언하고 나선다.


정파 간의 극단 경쟁은 운동 경기에 비유할 만하지만, 정치인과 국민 간에 선수와 관중이라는 구도는 마뜩잖다.


야구나 축구 시합을 볼 때 한쪽 팀을 응원하면 더 재미있다. 잘하든 못하든 좋아하는 편을 응원하고 상대편은 저주하는 일편단심 열성 팬도 많다. 때로는 상대편 응원단과 다투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치는 운동 시합과 다르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파의 모든 정책과 주장에 대해 묻지마 식으로 동조하는 무리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이해관계가 없으면서도 ) 자발적으로 한쪽 진영에 소속되어 반대 정파를 주적으로 삼기도 한다. 지지하는 정파의 주장을 누가 반박이라도 하면 자기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하고 식식댄다. 주위 사람들이나 식구까지도 물어뜯는다.


국민은 정치 세력의 응원단보다는 소비자의 역할을 맡는 것이 온당하다. 


현명한 정치 소비자는 정치권의 각종 선동을 냉정하게 '요리조리' 따져보고 선별적으로 정파를 지지한다. 티브이는 삼성 꺼, 세탁기는 엘지 꺼를 찾는 식이다. 삼성 라이온즈 팬과 엘지 트윈스 팬이 서로 으르렁거릴 수는 있어도, 삼성전자 고객과 엘지전자 고객이 상대방을 비난하는 건 본 적이 없다. 정치꾼들의 여론 몰이에 낚여 실속 없이 부화뇌동하는 국민을 '개돼지'라고 부른다. 국민에게는 진영이 필요 없다.


https://brunch.co.kr/@hhjo/66




정치를 공연이나 운동 경기와 비교하는 세태는,

애들처럼 유치하게 정치를 갖고 논 정치권에 책임이 있다.


그래도 언론은,


흥행이니 관전평이니 하는 저렴한 표현은 한두 번 써먹고 버렸으면 좋겠다.


말이 씨가 되어 우리 정치판이 놀자판이 돼버릴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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