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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Sep 14. 2020

소신도 없고 자신도 없는 경영자

한번 더하면 잘할 것 같은 경영 

굳게 믿는 바를 소신이라고 한다. 소신은 있고 없고 보다는 실천 여부, 즉 일관성이 생명이다. 정치인이 불이익을 무릅쓰고 소속 정당의 당론에 반하는 입장을 밝히면 '소신' 발언이 된다. 법관이 '소신'껏 판결하면 여론이 시끄러워지기도 한다. 소신을 실천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이어서 '패기'나 '용기', '작심' 같은 수식어가 붙는다. 그렇다고 소신과 정의正義감이 동의어는 아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책무를 온당하게 마치기 위해 두고두고 신조로 삼는 원칙이이서, 그 책무는 삶 자체가 되기도 하고, 정치, 농사, 재판, 요리 그리고 경영이 될 수도 있다. 성공한 기업인들 중에도 소신을 어렵게 실천한 사람들이 많다. 품질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어느 것과도 타협하지 않는다든가, ( 가격이나 마케팅이 아닌 ) 기술력으로 승부를 건다든지 창업자가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다는 소신도 있다. 인공 조미료를 절대로 안 쓴다는 식당도 주인의 소신일 수 있다. 




경영자의 소신은 벽에 걸어 놓고 감상하는 좌우명이 아니고, 사업 조직을 운영하는 동안 치열하게 지켜야 하는 경영 철학이고 가치관이다. 전략은 바뀌어도 철학과 소신은 그대로다. 투자자는 경영자의 소신을 보고 투자 대상 회사의 미래 가치를 점치기도 하고 거래처는 상대 회사와의 사업 연대를 모색한다. 업계에 새로 등장한 동종 업체가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부르는 바람에 고객을 많이 빼앗겼다 치자. 그쪽 제품을 뜯어보니 아니나 다를까 규격에 미달하는 저가 부품을 써서 원가를 확 낮추었다. 값이 싼 대신에 사용 중에 불량이 많이 발생하고 제품의 수명도 짧아진다. 싼 게 비지떡이다. 여기서 선택하는 경쟁 방어 전략에 정답은 없다. 당장의 이익을 희생해서라도 가격을 좀 내려주면서 고객 이탈을 단속할 수도 있고, (당분간 매출이 줄더라도) 경쟁사 품질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언젠가 되돌아올 걸 확신하고 버틴다든지, 아니면 우리도 품질 기준을 낮춘 2중대 제품을 따로 개발해서 같은 가격에 팔아 그 경쟁사를 고사시키는 등 여러 종류의 대응이 가능하다. 경영자의 소신 유무에 따라 전략을 선택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선택 자체보다 선택에 이르는 과정, 그리고 속도가 기업의 질을 좌우한다.



평소 기업의 철학이나 경영자의 소신이 뚜렷한 회사는 이럴 때 대처가 쉽다. 헷갈릴 때 쓰라고 소신이 있다. 그렇지 않은 기업은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식의 졸속한 방안을 내놓고, 나중에 같은 일이 닥쳐도 줏대 없이 다른 행동을 한다. 주요 정책에 방향성이 없으면 회사의 정체성도 희미해진다. 정체성은 기업 브랜드의 핵심이며 테레비 광고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관성 있는 기업의 행보에 의해 브랜드 이미지는 각인된다. 소신은 변함이 없어야 소신이다. 단호한 의지와 신념이 바쳐줘야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버틸 수 있다. 단호의 반대말은 좌고우면이다. 이쪽저쪽 돌아보고 우물쭈물하다가 다 놓친다. 


사업을 통한 국가 민족의 발전 같이 원대하거나 개인적인 신념은  경영자의 소신과는 구별된다. 소신은 화려하거나 거창하기보다는 지속 가능함이 중요하다. 눈부신 목련은 피기 무섭게 져서 마당만 어지럽힌다. 경영자로서의 소신은 기업의 영역 안에서 기업의 이익을 우선으로 작동해야 한다. 사업주라고 해서 개인적인 소신을 위해 기업을 이용하거나 희생시킨다면 배임이 될 수 있다. 한편 전문 경영인은 위탁 받은 회사의 사업분야, 성장 과정, 취약점을 보고 자신의 평소 경영 소신을 어떻게 응용할지 고민해야 한다. 소신이 없거나 약한 사람은 이럴 때 가공되지 않은 과거 경험만을 내세우며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다. 해결의 자신이 없으면 전임자와 직원 핑계를 대기 일쑤며 급기야 자신과 회사를 분리해서 말하기 시작한다. 뭐 이런 회사가 다 있나...  작은 문제에도 우왕좌왕하며 자기변명이나 하며  세월을 보내다 회사를 망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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