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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Sep 16. 2020

뺀질이 프로 경영 기술자

한번 더하면 잘할 것 같은 경영 

내가 가는 어느 식당은 주문을 하면 그때부터 밥을 짓기 시작한다. 성질 급한 사람이 툴툴거려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최고의 밥맛을 위해서 이 원칙을 양보하지 않는다. 주인이 음식을 가져와서 식탁에 차려놓고는 옆에 서서 일일이 설명을 한다. 지역에서 요즘 철에만 나는 귀한 버섯, 예전엔 허기를 달래는 구황작물이었다는 나물에다, 이걸 먼저 먹고 저거는 나중에... 양념장에 몇 년 묵은 간장이 들어갔는지 등등.  마치 할머니가 밥상머리에서 손자 밥 먹는 거 참견하듯 하는데 싫지가 않고 오히려 식당 주인의 진정성이 전해온다. 고객에 대한 단순한 친절을 넘어서, 자기가 제공하는 상품의 가치를  소비자가 온전히 향유했으면 하는 욕구에서 나온 일종의 교육이다. 그러면 식당 주인과 손님은 사제지간으로 전환되어, 학생은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경건한' 마음으로 음식을 음미하고 함부로 남기지도 못한다. 이런 식당 주인에게 음식은 작품으로 승화되고,  심혈을 기울인 자기 자신도 작품의 일부가 된다. 적어도, 돈을 아끼기 위해 유통기간 지난 재료를 쓴다든지 먹다 남은 반찬을 내놓는 행위는 상상하기 어렵다.  진정한 경영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과 그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에 자신의 일부를 걸어 놓는다. 자신과 회사의 신경 줄이 연결되어 있는 듯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본능적으로 직감한다. 회사에는 목숨을 건 사람이 한 사람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경영자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때 미국의 지엠, 포드, 크라이슬러 3사의 경영자들은 부도 위기에 내몰려 정부에 구제금융을 간청하기 위해 워싱턴 디시로 수백억 짜리 회사 소유 전용기를 제각기 타고 나타났다고 해서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회사는 문을 닫았는데 어떻게 재산을 빼돌렸는지 방탕한 생활을 계속하는 사업주나 경영자들도 있다. 종업원들은 실업자가 되고 채권자까지 망해 돌아가는 판인데, 유한 책임 어쩌고 하면서 놀아나는 경영자들을 보면 회사가 망한 이유를 짐작한다. 이렇게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인간들이 주무른 기업이 어찌 잘 되기를 기대하겠는가? 난파선과 함께 선장이 가라앉듯이, 경영자는 회사와 함께  운명을 같이 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회사가 망하면 죽으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 와중에 보너스까지 챙기는 건 심하다는 얘기다.


이렇게 회사의 운명과 따로 노는 경영자들은 이미 평소에 자기와 회사를 철저히 분리한다. 개인의 평판엔 신경 쓰면서도, 가까운 이들에게는 우리 회사 물건 문제 있으니까 쓰지 말라고 충언(?)을 하기도 한다. 회사 규모에 맞지 않게 홍보 담당 비서를 특채하고는, 언론사에 회사 대표 인터뷰 기사 좀 따오라고 매일 성화다. 섭외 비용은 아끼지 말고 쓰란다. 주 중에 골프 약속은 많은데 회사 거래처보다는 개인 모임이 대부분이다. 회사는 자기의 수익과 경력관리를 위한 도구일 뿐, 사업에 애착은 아마추어들이나 하는 촌스러운 소리다. 프로 선수답게 개인의 기록 관리에 치중하며 연봉을 따라 언제라도 다른 '구단'으로 이적할 준비가 되어있다. 이적에 대비해  자기 몸값을 올리기 위해 회사의 미래에 부담을 주는 기업 인수나 무리한 계약으로 단기 경영 성과를 끌어올린다. 개인기에만 능한 '프로' 경영 기술자에게 사명감은 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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