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감 Sep 17. 2020

군림하는 경영자

한번 더하면 잘할 것 같은 경영 

기러기 떼는 ㅅ 자 대열로 날아간다. 맨 앞에서 날아가는 리더 기러기의 역할은 그냥 방향만 트는 게 아니라고 한다. 리더 기러기가 날갯짓으로 양력 (뜨게 하는 힘)을 일으켜 줘서, 뒤에 따라오는 동료 기러기들이 수월하게 따라올 수 있다고 한다. 리더가 세찬 바람을 안고 온 힘을 다해 만들어 보낸 상승기류는 차례차례 맨 끝에 있는 기러기까지 전달이 된다. 어쩌다 대열에서 이탈한 기러기도 혼자 날아보고는 힘이 부쳐 곧바로 대열에 돌아와 리더를 따라가게 된다고 한다. 기러기들은 날아가며 울음소리를 내는데 그건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리더에게 보내는 응원이라고... 이렇게 해서 기러기 떼는 수천 킬로미터를 무사히 날아서 간다.



무리 중에 리더 기러기의 역할은 제일 중요하고도 고단하다. 우선 날아가는 방향과 고도를 결정하고 상승기류를 만들어 낸다. 여기서 방향과 고도의 결정을 권한이라고 하면, 상승기류의 발생은 의무라고 볼 수 있다. 조류는 생체 나침반이 있어 본능적으로 날아갈 방향을 알고 있다고 하지만 행로에 변수는 많다. 비행기 타고 갈 때 모니터로 보여 주는 항로는 같은 구간인데도 갈 때마다 조금씩 다르다. 마찬가지로 기러기 떼도 바람의 방향과 세기 등에 따라 고도와 진행 방향을 보정하고, 도착지의 기후 환경에 따라 최적의 목표 도착 일정도 설정할 것이다. 한편 무리의 체력을 고려하여 최적의 비행 속도도 계산해야 한다.



리더로서 무리의 운명이 달려있는 여러 결정들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예리한 통찰력과 아울러 투철한 사명감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기러기 경우처럼 이렇게 머리 터지는 결정을 도맡는 건 권한이 아니라 책임에 가깝기 때문이다. 거기다 맨 앞에서 어깨 빠지게 바람을 일으켜 뒤에 오는 동료들을 도와주어야 할 의무까지 있다. 결국 따지고 보면 리더 기러기에게 권한은 없고 책임과 의무만 남은 셈이다. 무리를 위한 리더의 숭고한 희생이라고 줄일 수 있다.

권한은 경영자를 포함한 대부분 우리 사회 지도자들의 성취동기 중 으뜸이다. 그렇지만 행사하는 권한에 비해 책임과 의무가 분명하지 않거나 미약할 때, 따르는 무리에게 고통을 준다. 예를 들면, 위에서 온갖 정보를 독점하고 앉아서 제대로 된 미래 전략 방향 하나 제시하지 못하고, 걸핏하면 '위기' 상황이라고 윽박지르는 경영자. 그러면서도 위기 극복 대안의 골격마저도 밑에다 구상하라고 시키는 경영자. 밑에서 숙제하듯 급조해서 올린 보고서를 오분 읽고 나서 소모적인 '대 약진 운동'을 선포하는 - 그래서 전 직원을 괴롭히는 경영자들이다. 리더 기러기는 지치면 다음 리더가 임무를 이어받는다고 한다. 힘이 빠지면 뒤로 갈 줄도 안다. 그러나 리더 기러기의 대척점에서 그저 군림만 하는 경영자들은 누가 끌어내릴 때까지 버티며 조직을 피폐하게 만든다. 실패한 대 약진 운동에도 책임지지 않는다. 군림하는 일은 지치지도 않는가 보다.



리더의 솔선으로 각각의 에너지를 끌어모아 동반 상승하고, 집단의 목표를 달성하는 슬기로움을 기러기 떼로부터 배운다. 바로 섬김과 봉사의 리더십이다.


사불가이불홍의士不可以不弘毅 任重而道遠 관리는 도량이 넓고 뜻이 굳세지 않으면 안 된다. 책임이 무겁고 길이 멀기 때문이다 : 논어 태백 泰伯 편 중에서







작가의 이전글 뺀질이 프로 경영 기술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