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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Apr 07. 2023

주식 거래도 금욕의 대상일까.

성 금요일 GOOD FRIDAY과 부활절

© eugenivy_now, 출처 Unsplash


오래전 아일랜드에 처음 여행 간 날 나는 그 나라의 명물인 아이리시 펍을 찾아보았다. 무슨 이유인지 연휴의 불금인데도 모든 술 집들이 문을 닫아걸고 영업하지 않았다. 심지어 식당과 시장에서도 술을 팔지 않았다. 민박집에 가서야 이유를 알았다.


그날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임을 당한 날을 기념하는 성聖 금요일(Good Friday)이었다. 부활절 직전 금요일인 이날 전통적 가톨릭 국가인 아일랜드에서는 술을 팔지 못하게 국가적으로 규제하고 있었다. 몇 년 전에 이 법은 폐지되었지만 많은 업소가 여전히 이 관행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부활절은 성 금요일로부터 삼일 째 되는 일요일에 예수가 다시 살아났음을 기념하는 기독교의 최대 축일이다. 성탄절은 날짜가 매해 12월 25일로 정해져 있는 반면, 춘분 다음에 오는 음력 15일로부터 처음 도래하는 일요일을 부활절로 정한다. 계산이 좀 복잡한데 올해는 4월 9일이 부활절이다.


부활절 전前 사십일 간을 사순절四旬節이라고 하는데 초대 교회 신자들이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금식을 행하던 것으로부터 유래했다. 고대 유럽에서는 고난의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에 축제를 벌였는데 사육제謝肉祭 (carnival)의 기원이 되었다. 여기서 사謝의 용례는 사례謝禮가 아닌 사절謝絶로서 '고기를 물리친다'라는 의미다. carnival의 어원 또한 '고기를 버린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이 기간 중에 절제와 금욕의 삶을 권유하고, 절약한 재물을 소외된 이웃과 나누는 자선을 장려한다특히 마지막 주 성 금요일엔 다수의 신자들이 금식과 절식을 실천했으나 지금은 많이 시들해졌다. 먹을 것이 많아진 요즘 다이어트, 위내시경 따위로 금식할 일이 많아져서 그런가.


이슬람교에도 가톨릭의 사순절과 비슷한 라마단 금식월이 있다. 이슬람의 창시자 마호메트가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코란을 계시받은 신성한 달에 금식을 강요하는데 모든 무슬림이 따르는 5대 의무 중 하나이다. 신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깨닫고 고백하는 영적 의미가 크다고 한다. 기간 중 해가 뜬 후부터 질 때까지 음식, 음료, 흡연, 성행위 등이 모두 금지된다. 다만 해가 지면 파티를 열고 마구 먹으므로 오히려 라마단 때 더 많이 먹는다는 설도 있다.


중동에서 근무할 때 현지 관청을 출입하는 동료들이 매년 라마단만 돌아오면 애를 먹었던 게 생각난다. 정부에서 라마단 동안 직원들 고생한다고 근무시간을 단축시켜 주고 그나마도 일의 ( 안 그래도 느린데 ) 처리가 하염없이 늘어지기 때문이었다.


(윤달이 없는) 순 태음력인 이슬람 달력으로 아홉 번째 달이 라마단인데 올해는 3월 23일에 시작해서 4월 20일까지 계속되고 우연히 기독교의 사순절과 많이 겹친다.


이러한 금욕의 관행은 기독교와 이슬람교 외에 다른 종교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불교는 출가 자체가 금욕의 수행이며, 욕망의 극복을 (속박과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는) 해탈의 중대 조건으로 삼고 있다.


종교마다 방식은 다르지만 금욕의 실천에는 공통된 철학이 있다. 육체적 욕구에 대한 영적인 통제 기능을 다지고, 결핍 속에 신앙인끼리 연대를 강화하고, 자신을 내면적으로 관찰하는 성찰의 능력을 기르게 된다.






오늘 성 금요일,


유럽과 달리 미국에선 쉬는 날이 아니다. 개신교 신자가 많은 나라여서 그런 것 같다.


그래도 뉴욕 증시는 오늘 휴장한다.


주식거래도 금욕의 대상일까.


기독교 신자 구독자님들 부활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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