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부추기는 천박한 어법
어느 신문사의 인터뷰 기사. 미국의 아이젠하워 대통령 방한 시 통역을 맡았던 언더우드 씨가 적군에게 선어말 존대어미 '-시'를 쓰는 바람에 당시 웃음거리가 된 모양이다. 1960년의 일이니까 60년도 더 된 일이다.
아군, 적군을 막론하고 말을 하는 상대방이 아니면 선어말 어미 '-시'를 붙이지 않는 게 자연스럽다.
'몽땅 존댓말'이 일반화되고 있다.
한참 전에 모 정치인이 자기 반려견이 '작고 하셨다'라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이 발언이 보도된 이후 반려동물의 죽음을 '작고'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하지만 '하셨다'에 대해 시비 거는 언론은 별로 없었다. 커피도 리필되'시'는 세상이라 그랬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I-LMqYlRWuw
모 지상파 방송에서 보도한 어느 국숫집 얘기. 유튜브엔 2013 년 방송이라고 되어있다.
출연자가 말한 '택배 하는 사람'은 바른말이다. 화자의 상대방이 아니고 제삼자이므로 '-시'를 빼는 게 무난하다. 아울러 '사람'은 욕도, 비칭도 아니다.
멀쩡한 말에다 자막이 '-시, ', '분'으로 개칠을 해놓았다, 우리말로 먹고사는 언론에서. (개칠改漆 : 욕 아님)
출연자가 어쩌다가 '저희나라' 운운하면 안절부절못하는 방송국 사람들이 '몽땅 존댓말'을 말리기는커녕 부추기고 있다.
'길거리서 합석 요구했다 거절당하자 주먹질... 여성 코뼈 골절 중상' 제목의 언론 기사다.
코뼈가 부러진 피해자가 가해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말씀을 하셨는데', '친구분'하면서 높이고 있다. 주먹을 휘두른 불량배가 무서워서 높임말을 썼을까? 직접화법이긴 하지만 신문사에서 의지가 있으면 고쳐서 썼을 터이다.
언론이 그러니까 요즘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에서 '몽땅 존댓말'은 표준이 되고 있다.
난폭 운전사, 음식값 안 내고 도망친 파렴치범까지 분별없다.
용언이 있는 부분에 꼬박꼬박 '시', 사람 뒤에 모조리 '분'을 갖다 붙이는 '몽땅 존댓말'은 말을 실속 없이 길게 만들 뿐 아니라 이해하는 데 혼란을 일으킨다. 그리고 천박하다.
존대의 약발이 떨어지니까 더 쎈 괴물이 등장한다. '따님분', '와이프분', '스님분' ...
말이 누더기가 되면 하기 싫어진다.
하기 싫은 말은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