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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Jul 16. 2023

주인보다 사장을 더 쳐주는 사회

왜곡된 호칭 

https://brunch.co.kr/@hhjo/72


식당이나 체인점 같이 자영업을 하는 소상공인을 '사장님'이라고들 부른다. 우리 시대에 자영업자가 늘면서 '사장님'도 많아졌다. 언론에서도 대기업 사장은 아무개 사장이라고 칭해도, 소상공인에게는 꼬박꼬박 '사장님'을 바친다. 그들을 주인아저씨, 주인아줌마라 부르면 무례한 손님이 된다. 우리 사회에서 '사장'은 일종의 경칭이 되었다.


'회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법인을 말한다. 법인의 최고 책임자가 사장社長이다. 반면 대부분의 식당이나 프랜차이즈 점포는 법인이 아닌 개인 사업자에 속하므로, 사업체를 소유하고 있는 개인의 호칭은 사장보다는 주인이 정확하다.


개인 사업자는 사업체의 소유자로서 자산, 부채, 소득을 마음대로 운용할 수 있다. 반면에 법인의 사장은 회사의 소유주 ( 대주주)가 아닌 경우가 많고 대주주라고 하더라도 개인 사업자만큼 소득과 자금을 자유롭게 운용할 수 없다. 


이렇게 개인 사업자와 법인(회사)은 창업 절차, 소득세율, 자금 운용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사업의 성격에 따라 형식을 선택하고 나중에 전환하기도 한다. 법인 식당도 있고, 개인 사업자 기업도 있기는 하다.


개인 사업자의 주체는 사업을 소유하는 개인 즉 업주이고, 법인에서는 소유 여부와 무관하게 사장이 법인 조직의 최고 책임자가 된다.


그래서 업주가 사장보다 재산이 많고 , 사장은 업주보다 부하 직원이 많은 경우가 흔하다. 양 개념을 정의하는 기준이 다르므로 당연히 업주와 사장 사이에 귀천의 비교는 무의미하고 불가하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는 식당 주인을 왜 굳이 회사의 대표를 뜻하는 '사장'이라고 부를까? 어째서 '사장님'이 주인을 추켜세우는 호칭이 되었을까?


계층과 지위에 대한 경외심이 강한 우리 사회의 수직적 구조 때문이다. 그리고 수직적 문화는 가족을 통솔하는 남자 어른이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던 봉건 가부장제도 전통에서 연유한다.


회사의 사장을 가정의 가장과 동격으로 삼는 분위기에서, 사업 조직의 최고 어른이라는 지위가 사업체의 소유권 보다 더 명예스럽다고 여기는 듯하다.


기업의 직위 체계 또한 계장, 과장, 부장 등 피라미드 상에서 단위 조직의 우두머리를 의미한다. 과장長은 과원을, 부장은 부서원을 다스리는 각 조직의 관리자다. 조직이 수평화되어서 통솔할 과課나 부部가 없어진 경우에도 과장, 부장은 직위로서 여전히 남아있다. 심지어는 회사 밖에서까지 직위가 자신의 사회적 위상을 과시하는 도구가 되므로 승진은 직장에서 중요한 성취동기가 된다.


이러한 계층형 조직 문화는 우리나라 경제의 압축 성장에 어느 정도 기여했지만 동시에 조직 내 권력 자원의 상향 편중으로 인한 상사 갑질의 폐단도 생겨났다.




개업 의사, 변호사도 개인 사업자에 해당되지만 '사장'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들의 전문 자격 호칭이 이미 '사장님'의 명예로움을 충분히 능가하기 때문이다.


호칭이 궁색하다고 해서 마구 갖다 붙이는 '사장님'은 언어의 왜곡이다. 그리고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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