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감 Sep 20. 2023

쓸데없는 소리들

‘-보도록 하겠다'라는 말.


"먼저 어제 영암에서 발생했던 일가족 사망 사건부터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 얘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날씨는 기상캐스터 연결해서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관련해서 최근에 나왔던 보도 내용과 관련해서 얘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에서 인용한 대목들처럼 [-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는 소리를 요즘 들어 언론에서 자주 듣는다. (해) 보다+ '(하) 도록이 결합된 표현이다.


사전에서 찾아보니,


'보다'는 [한 번 먹어보다.] 같이 어떤 행동을 시험 삼아한다는 보조 용언이고,


'도록'은 뒤에 나오는 사태의 목적이나 결과를 나타내는 순서와 과정의 연결어미다. [예, 나무가 잘 자라도록 거름을 주다.]


덜 단호한 명령의 용도로도 쓰인다. [예,  몸가짐을 단정히 하도록 해라.]


또는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에서와 같이 약속이나 의지의 표현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요즘 방송국 사람들이 즐겨 쓰는 [-보도록 하겠습니다.]는 대부분 맥락에서 소용이 명확하지 않다.


[자세한 날씨는 기상 캐스터 연결해서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를 보면 목적이나 명령 용법은 해당이 안 되고 그렇다고 화자話者의 의지나 약속 따위를 강조하지도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고. [듣겠습니다]와 비교해서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는 5자에서 10자로 말만 두 배로 늘어났지 (말하고 듣는) 비용 대비 부가가치는 별로 없다.


그러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따위 같이 말을 잡아 늘이는 이유가 무얼까.


혹시 1, [그 방법이 통할지 모르겠지만, 한 번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에서의 용례같이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조심스러운 태도라면? : 방송에서 사건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전하는데 뭐가 켕긴다는 말인가.


혹시 2, 말을 길게 끌면 정중해 보일까 봐? : 실속 없이 말만 주저리 늘어지면 오히려 듣는 이에게 혼란만 준다.


혹시 3, 누가 쓰는 걸 한 번 봤는데 그럴듯해 보여서?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단한 말이 명료하다.


쓸데없는 군더더기 말을 췌사贅辭라고 한다.


군더더기 말은 소음이다. 소음은 듣기 싫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