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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Oct 02. 2023

쓸데없는 소리 2

[ -같은 경우에는] 


[앵커] 지금 그래픽이 나오고 있는데 지금 아까 김 씨 같은 경우에는 20%가 넘게 차지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이 씨가 14% 정도 되고 박 씨가 8% 이런 분포를 보이고 있네요.


[대담자]

중국 같은 경우에는 만약에 이주를 한다 그러면 본관이 바뀌게 되는데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시조의 본관이 후대 자손들까지 계속 이어지죠.


[앵커]

그러니까 과거 같은 경우에는 신분제가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던 시대에는 과거시험에 응시를 한다든가 또 양반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대담자]

왜냐하면 서구사회에서 보면 자기 뿌리 찾기라는 것은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기 때문에...

그런데 우리의 경우에는 가령 예를 들어서 김해 김 씨가 440만...




어느 케이블 TV가 수년 전 방송한 대담 프로에서 일부 대목을 발췌해서 인용했다. 15분 남짓한 대화에서 [-같은 경우에는] 너 댓 번 나온다. 방송인과 대담자가 번갈아가며 쓰고 있다. 


[-같은 경우에는] 시작하는 대화를 요즘 많이 듣는다. 대개 불필요하고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문장의 주어가 속하는 어떤 부류에서 공통적으로 생길 수 있는 상황이나 경험을 강조할 때 [-같은 경우에는] 표현을 사용한다. 예를 들면 "'판잣집'과 같은 경우에 사이시옷이 들어간다"  그런 용례다.  


그러나 방송에서 인용한 '김 씨 같은 경우에는' 이'과거 같은 경우에는'에서 '김 씨'와 '과거'는 개별적인 주체다. 그냥 '김 씨는', '과거에는'이라고 하는 게 자연스럽다.  

들어가기도 

브로콜리 같은 경우에는 많은 양을 섭취하면 좋을 거 같기도 하고...   

유럽 같은 경우에는 기차 시간이 딱딱 맞아서...


위 예문에서도 [같은 경우에는]  말을 실속 없이 번잡스럽게 만들 뿐이다.  '브로콜리는' , '유럽에서는' 비교해서 부가 가치가 없다. 수사적인 기능도 별로 없고. 


비슷한 예로, 요즘 들어 말의 서두에서 자주 오남용하는 '개인적' , '물론' 이 있다. 공적인 위치에 있지 않은 개인이 말하면서 '개인적으로...' 운운하는 건 좀 웃기고,  걸핏하면 '물론'으로 시작하는 대화나 문장도 어색하다. '물론' '말할 것도 없이'라는 뜻이지 '말할 것 없을' 때 끼워 넣는 양념이 아니다.


멀쩡한 말도 줄여서 쓰는 세상인데 실속 없이 길게 늘이며 말을 시작하는 이유가 무얼까?


혹시 1,  '과거에는'이라고 단호하게 말문을 열었다가 반격을 받을까 봐, '과거 같은 경우에는'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려고? 


혹시 2, 다음에 오는 서술부 내용 준비할 시간을 벌고 대화의 흐름을 조절하려고? 


혹시 3, 누가 한 번 쓰는 걸 봤는데 그럴듯해 보여서?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간결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단한 말이 명료하다.


쓸데없는 군더더기 말을 췌사贅辭라고 한다.


군더더기 말은 소음이다. 소음은 듣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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