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백호 임제의 물곡비勿哭碑
백호 임제의 물곡비勿哭碑
나주 영산포에서 배를 타고 구진포 나루터를 돌아 함평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오른편으로 백호 임제林悌 문학관과 영모정이 나오고 그 아래 강변로에 물곡비勿哭碑가 서있다.
(내게는) 황진이 시조로만 기억되는 조선 중기 풍류시인 임제林悌가 물곡勿哭 (울지 말라)이라는, 의미가 심장한 유언을 남기고 39세에 요절했다. 물곡의 이유가 비에 새겨져 있다.
중국 주변 오랑캐들은 개나 소나 황제라고 참칭僭稱 (주제넘게 자칭)하는데 오직 조선만이 중국을 받들고 있다. 이런 나라에 살다 죽으니 슬플 것 하나 없다. 울지마라.
四夷八蠻 皆呼稱帝, 唯獨朝鮮, 入主中國, 我生何爲, 我死何爲 勿哭
[물곡비]
임제는 울지 말라는데 나는 울고 싶다.
임제가 평안도사를 제수받아 (발령받아) 임지로 가는 길에 송도에 들러 기생 황진이 묘 앞에 술잔을 들고 시조를 지어 바치면서 애도했다
청초(靑草)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웠는다
홍안(紅顔)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나니
잔(盞)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슬퍼하노라.
이 사실이 조정에 알려져 임제는 삭탈관직당한다. 요즘으로 치면 고위 공직자 품위 유지 위반으로 인한 파면.
임제는 슬프다는데 나는 웃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