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오남용
ooo은 거대한 리본으로 장식한 민소매 원피스룩, ooo는 케이블 니트 스웨터로 연출한 클래식한 가을룩으로 스타일 케미를 강조했다. 또 다른 컷에서도 ooo은 거대한 리본 장식의 블랙 벨벳 탑과 프린트 스커트로 ooo와 블랙 커플룩으로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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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의 옷맵시를 묘사하는 잡지 기사 같은데 우리말 반, 영어 반이다.
'검은 옷으로 통일한 남녀의 모습'이란 뜻으로 짐작되는 (요즘 더러 보이는) 표현인 '올 블랙 커플 룩 all black couple look'을 A.I. 앱에 입력해 봤더니 엉뚱한 답이 돌아왔다.
'이런 표현은 민감하고 해로운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들의 인종에 집중하기보다는, 개인적인 특징이나 행동에 따라 부르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정확합니다.'
흑인 남녀의 외모로 이해한 듯하다. 이마저도 자주 쓰는 표현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럴듯해 보여서 그러는지 일부 계층에서 '부츠 컷 레깅스' , ' 릴랙스 핏 티셔츠 ' 에서 처럼 '컷', '룩', '핏' 따위의 한 음절 짜리 영어 표현을 즐겨 쓴다.
서양의 언어로 옷차림새를 표현해야 '멋있게' 들리는 정서는, 유행을 타는 게 그 업계의 경쟁력이고 서양 문화가 유행을 선도한다는 조금 진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고 의심한다.
더욱이 외국어를 엉터리로 조합해서 표현하는 국적 불명의 화법은 천박한 '겉멋'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성 없는 겉멋으로는 밖으로 드러난 내면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의 PT는 약 5분간 이뤄졌습니다. 가수 싸이도 이번 PT를 통해 우리 엑스포 유치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에스파의 카리나, 성악가 조수미도 영상으로 PT에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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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관심을 모았던 부산 엑스포 유치 활동 뉴스에 발표 ( presentation) 관련 대목이 많았다. 정부 기관 포함 많은 언론이 발표를 'PT'라고 보도했다. 대개 PT 하면 physical training (체력단련)의 준말이다. 군대 가서 유격 훈련받을 때 얼차려 겸 '실시'한 고강도의 PT 체조를 기억하고 있다. OT 가 orientation의 준말이 아니듯이 PT는 presentation의 준말이 아니다. '발표'라고 하면 깔끔하다.
주기적으로 MZ 핏에 맞춰 SNS 게시물 멘션을 짜는 일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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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문물이 도입되면서 고유명사나 신개념의 외래어가 따라 들어오게 마련이다. 그런데 거꾸로 우리말로 표현하던 사물이나 개념까지 외국어로 돌려서 말하는 현상이 문제다.
외국어를 섞어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지식과 교양 수준을 뽐내는 지적 허영은 우리 민족이 수천 년간 앓고 있는 불치의 유전 질환이다. 오늘날 그 외국어가 한문에서 영어로 바뀌었을 뿐 문화 사대는 점점 도를 더해 가고 있다.
근대화의 과정에서 문화적 정체성이 혼란과 갈등을 겪으면서, 서양 문화는 언제나 우월하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잠재하고 있다. 뭐가 됐든 기능이나 용도가 현대화되면 영어식으로 개명하는 무조건반사가 일어난다. 닭이 '치킨'으로, 전화기가 '폰'으로, 검은색이 '블랙'으로 둔갑한다.
급기야는 원어민도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을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 SNS' , '스킨십' , '아이쇼핑', '페이닥터' 따위는 국적 불명 용례의 고전이 되었고, 이제는 하다 하다 형용사를 명사로 바꿔 쓴다. '파격 비주얼', ' 우월한 피지컬', '단단한 멘털'....
언어의 혼합이나 우리 식 외국어 응용이 항상 잘못된 것은 아니다.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내는 것도 언어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말로 서술해야 적절한 존재를 상상 속에서 창작한 외계어로 치장하는 세태는 명분도 실속도 없다.
바로잡아야 할 언론은 되레 부추기고 있고, 정부 기관은 손 놓고 있다.
오직 남은 희망은 신세대다. 촌스러운 걸 질색하는 우리 젊은이들이 이런 풍조를 그냥 놔둘 리가 없다(라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