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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Apr 02. 2024

외국어와 외국 예절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외국과 교류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해야 하고, 언어와 예절은 문화의 핵심이다. 외국어를 배우듯이 외국의 예절도 알아야 한다. 


많은 돈을 들여 어린이 영어 유치원에 보내고 조기 유학을 시키는 이유는 어릴수록 언어를 배우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언어와 마찬가지로 예절도 때를 놓치면 가르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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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도서관에 가면 아이들로 인해 좀 어수선하다. 부모들이 애들 어려서부터 책 읽는 공간에 데리고 다니는 건 그 자체가 좋은 교육이다. 그러나 한 가지가 더 있다. 도서관은 정숙해야 하는 공공장소다. 도서관 안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애들을 방치하는 부모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가해자다. 공중도덕의 현장 교육 기회를 잃은 아이가 첫 번째 피해자이고 그로 인해 방해받은 도서관 이용자는 두 번째 피해자다. 사람이 많은 전시장에서 작품 앞에 모인 사람들을 헤치고 자기 애를 앞으로 들이밀어 버릇하면, 그 아이가 커서 그런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알기 전까지 수많은 나라의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조용히 욕을 먹어야 할 것이다.


유럽에서 살 때 한국에서 다니러 온 친지들과 현지 식당 같은 데를 가면 우리 일행의 목소리가 너무 높아 주위에 눈치 보일 때가 있었다. 그렇다고 섣불리 주의를 주었다간 '여긴 사람 사는 데 아니냐'라는 식의 역공을 당했다. 현지의 관습을 조금 존중해 달라는 부탁인데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노여워했다. 성인의 예절을 지적하는 건 위험한 노릇이다. 어려서부터 가르쳐야 한다.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도 예절을 따졌다. 어른한테 배우는 밥상머리 교육 과목 중의 으뜸은 예의범절이었다. 다만, 배려와 존중을 기본 바탕으로 하는 총론은 같아도 예절의 각론은 나라와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우리의 전통 예절은 윗사람을 공경하고 아랫사람을 사랑하는 경애의 범절이 발달한 반면, 개인의 자유와 책임을 중요시하는 서양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상황에 맞는 적절한 행동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말이 저열해서 외국어를 배우는 게 아니듯이, 우리 예절이 후진적이라 외국의 예절을 알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 예전에는 부모 있는 데서 자기 자식에게 큰 소리로 야단치면 불효가 되었다. 서양에서는 공공장소에서 떠들지 않는 게 예절이라면, 우리 전통 예절에서는 어른 앞에서 조용히 하는 것이었다.




요즘 우리 젊은이들은 서양 문화를 경험할 기회가 많고 외국어도 능숙하게 구사하지만, 서양 예절엔 아직 둔한 면이 있어 안타깝다. 외국어를 실수하면 의사소통에 지장을 주는 정도지만, 현지 예절에 어긋나면 인간관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말은 현지인이 고쳐주기도 하지만, 무례함엔 좀처럼 내색하지 않는다. 예절을 지적하는 행위 자체가 결례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서양에서는 개인 공간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 우리와 달리 낯선 사람이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불편해한다. 말하자면 코로나 이전에 이미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반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줄을 설 때 앞사람 뒤에 바짝 붙어 서지 않는다든지, 길을 지나갈 때 보행자끼리 몸이 스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양보하거나 속도를 줄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설사 불가피하게 낯선 사람과 신체를 접촉하더라도 즉시 미안하다고 말한다. 대체적으로 한국인들은 사과나 미안함을 말로 표현하는데 서툴다. 실수를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끼친 경우 미소를 지으며 사과의 의미를 전달하기도 한다. 서양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다소 혼란스럽게 받아들인다. 미소는 일반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이나 기쁨을 나타내는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에선 공공장소에서 자기 아이들을 엄격히 통제하는 편이다. 규칙을 어기거나, 다른 어른에게 무례하게 말하거나 감사하지 않는 등 잘못된 행동을 하면 그 자리에서 꾸짖는다. 밖에서 아이들을 방치하고 건성으로 단속하는 우리 기준으로는 심할 정도로(=잡아먹을 것처럼) 다그친다.  




앞서 언급한 서양의 예절은 한국과 다른 문화일 뿐이다. 개선을 고려할 관습이되 덮어놓고 본받을 대상은 아니다. 


낯선 사람과의 거리에 있어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사회적 유대감에 따라 '공간 공유'와 '공간 존중'의 가치는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미안함을 부드럽게 인지해서 상호 간의 긍정적 관계를 강화할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 엄격한 훈계와 벌칙을 주는 미국에서는 우리처럼 아이들에게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가 드물다. 


예절과 규범은 언어와 마찬가지로 지역에 따라 다르며,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서양의 예절을 이해하되, 문화의 우열을 가리거나 판단하는 오류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지 외국의 문화를 더 자유롭게 이해할 수 있다. 


영어 능력이 인격이 아니듯이, 서양 예절의 이해가 교양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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