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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Apr 22. 2024

태화산에 두 개의 정상석이

지자체 간 과열 경쟁


해발 천 미터가 넘는 영월의 태화산은 산림청 지정 100 대 명산에 들어가지만 많이 알려져 있는 산은 아니다. 산 중턱 영월읍 흥월리에 차를 주차하고 출발해서  2.5 킬로 미터 정도만 올라가면 정상에 도달한다.  


태화산 꼭대기에는 정상석 두 개가 형제처럼 나란히 서있는데 서로 사이가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돌에 새긴 산 이름과 해발 고도 1,027 M 까지는 같은데 소속 기관이 다르다. 하나는 강원도 영월군이고 다른 하나는 충북 단양군이다. 하나의 정상에 정상석을 지자체 별로 따로 설치했다. 한 집에 주소가 두 개인 셈이다. 


지도를 검색해 보니까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과 충북 단양군 영춘면의 경계가 태화산의 정상을 지나가고 있다. 


구글 지도


산맥은 자연적인 경계 역할을 하므로 흔히 산을 중심으로 행정구역이 나뉜다. 따라서 하나의 산이 여러 개의 행정구역을 품고 있는 경우가 예사다. 행정 기관이 산의 소속을 가지고 다투는 건 유치하고 주민의 이익과도 연결이 안 된다. 

광교산

산행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풍광과 땀 흘리는 등산의 즐거움이지 행정 구역엔 별 관심이 없다. 내가 오르는 산이 충청도면 어떻고 강원도면 뭔 상관인가, 시차가 발생하지도 언어가 바뀌지도 않는데. 


지자체 간의 경쟁은 지역 발전을 위한 건전한 경쟁이 될 때 의미가 있다. 태화산 정상석 같은 행정기관 사이의  분별없는 경쟁은 예산 낭비와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한다.


두 개의 정상석 대신 정상에 벤치 같은 등산객 편의 시설이나 등산로 안전을 개선하는 데 돈을 쓰는 게 온당하다. 


단순히 기관(장)의 자존심이나 과시욕을 채우기 위한 지방자치단체 간의 과열 경쟁은 시민들에게 혼란만 주는 행정력 낭비다. 


강원도 강릉시와 전남 장성군은 홍길동 캐릭터 상표권을 놓고 법정 싸움까지 벌였고, 충주댐 인공 호수의 이름을 가지고 충주시는 충주호라고, 제천시는 청풍호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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