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교의 역할
함안에는 함안면과 칠원읍 두 곳에 향교가 있다.
함안 향교, 칠원 향교 둘 다 교육 공간을 앞쪽에, 제례 공간을 뒤쪽에 두는 전형적인 전학후묘 양식을 따르고 있다. 함안 향교는 이곳이 들판의 끝과 야산이 만나는 지형인 탓에 제사 지내는 대성전이 급경사 지대에 배치되어서 우뚝 솟아있다.
두 향교 모두 홍살문을 세워놨고 입구에 해당하는 외삼문이 누각의 형태다. 향교 누각의 일반적인 이름인 풍화루風化樓는 풍속을 교화한다는 뜻으로 향교 취지에 걸맞기는 하지만 나는 중국 식당이 먼저 떠오른다. 엊그제 함안 대산면에 있는 유서 깊은 정자 악양루를 치고 갔더니 내비게이터가 중국 식당 '악양루'에 데려다주었다. 다행히 그 식당이 목적지에서 많이 떨어지지 않은 법수면에 있어서 큰 낭패는 면했지만, 낯선 곳을 여행할 때 종종 비슷한 경우를 당한다.
함안 향교에 처음 간 날은 문이 닫혀 있어 측면 담 너머로만 들여다보았다. 행사가 있거나 내부 정비 작업을 할 때 문이 열려 있다. 향교는 관리를 위해서인지 평소에는 문을 닫아걸고 있다.
풍화루 누각에 '춘계 문묘석전대제文廟釋奠大祭' 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문묘文廟는 공자의 사당이란 뜻이고 석전제는 성균관과 전국 향교에서 봄가을, 음력 2월과 8월 정해진 날에 공자와 유교 성현들에게 제사를 올리는 의식이다. 제사 지낸다는 뜻의 '奠'은 '존'처럼 보이지만 '전'으로 읽는다. 올해는 지난 3월 14일에 춘계 석전제를 지냈다. 지역의 단체장들이 삼헌관三獻官 (초헌, 아헌, 종헌)을 맡아 끗발 순서대로 잔을 올린다. 이때 문묘제례악을 연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과연 공자님이 이런 제사상을 흔쾌하게 받아 잡술지 의문이다.
공자는 효를 실천하는 의미로 제사를 중요시하면서도 형식에 치우치는 허례는 경계했다. 당시 노나라 계손 씨 같은 경대부들이 분수없이 왕이나 천자가 거행하는 수준으로 제례를 행한다고 공자가 비난한 대목들이 논어에 기록되어 있다. (논어 위정 편 24, 팔일 편 1, 2)
우리도 유림에서 봄가을에 봉행하는 석전제를, 행세하는 사람들이 와서 폼 잡는 이벤트로 일관하기보다는 옛 성인들의 학덕을 추모하며 가르침을 체험하는 소중한 기회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사서삼경이 2천 년이 넘도록 스테디셀러로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대부분의 내용이 놀라울 정도로 현실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당국에서 공자의 삶과 가르침을 아이들이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개발한 다음, 전국의 향교를 교육과 체험의 공간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함안 향교를 두 번째 찾았을 때 옆문이 열려있어 들어가 보니 어떤 아주머니가 명륜당의 대청마루를 열심히 닦고 있다. 마루에 벌레가 들끓어서 들기름을 바르고 있다고 한다.
함안 향교는 이미 학생들에게 정기적으로 윤리 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때로 합숙훈련도 한다고 한다
찬찬히 보니 외삼문 구석에 '신나는 향교, 마을 배움터'라고 쓰인 노란색 액자가 붙어있고, 명륜당 뜰 왼쪽 서재 기둥에 '여성 유도회 함안 지회' 명판도 걸려있다. 유향儒鄕, 함안답다.
칠원읍에 있는 칠원 향교는 1910년 함안향교에 병합되었다가 1957년 정부의 보조를 받아 이 지역 유림에 의하여 중수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칠원 향교는 향토사 연구의 귀중한 자료인 '향안', '무릉지', '칠 원지'등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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