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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시장市場

by 영감

영월읍에는 서부시장, 중앙시장, 김삿갓 방랑시장 등 세 군데의 재래시장이 있어요. 영월 같은 지방 소도시에서 재래시장은 단순한 쇼핑 공간 이상입니다. 지역 경제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문화적 구심점 역할도 하고 있지요. 영월의 재래시장들은 동강과 서강이 만나는 물길의 고장, 단종과 김삿갓의 역사가 깃든 곳에서 서민들 삶의 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이 대세인 요즘에도 영월의 시장은 여전히 지역 주민들의 일상과 밀착된 공간으로 숨 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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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시장은 영월읍의 대표 재래시장입니다. '중앙시장'이 먼저 생겼는데 저지대에 있어서 한때 철수했다가 다시 문을 여는 바람에 서부 시장이 대표 장터로 자리 잡았다는군요. 재미있는 사실은 요즘처럼 이름 바꾸기 좋아하는 (특히 중앙정부 부처) 시대에 서부 시장이 권위와 중심의 상징인 '중앙' 명칭을 꿰차지 않고 '서부 시장'을 유지하고 있는 겁니다. 영월 버스 터미널과 가까워서 교통도 편리합니다.


어려웠던 시절, 지역의 농민들이 새벽같이 농사진 걸 가지고 나와 팔고 아침에 돌아간다고 해서 '서부 아침 시장'이라고 불렀다고 해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장터에 상인들도 들어와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내놓고 팔면서 '아침'이 빠진 상설 '서부 시장'이 되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고 시장 이름에 '아침'을 그냥 놔두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아침 시장인데 왜 저녁때까지 팔고 앉았냐고 시비 걸 사람도 없을 텐데 말이죠.


아침 시장은 다른 지역에도 더러 있습니다. 삼척역 앞의 아침 시장은 아침 일찍 번개처럼 열었다가 닫는다 하여 일명 '번개' 시장이라고도 부릅니다. 일본 도쿄 근처의 츠키지 아침 시장이 유명하지요.


att-3f4d50cb5532446b94cbea427a4d4d85.do 도쿄 츠키지 아침 시장도쿄


영월 서부시장은 메밀전병 골목이 유명하지요. 약 50여 매대가 오밀조밀 모여 메밀전병, 메밀 전, 배추 전, 수수부꾸미 등을 그 자리에서 만들어 팝니다. 카운터에 앉아 이것저것 조금씩 맛을 볼 수도 있습니다. 냉장고엔 막걸리도 있고요. 가보면 잘 되는 집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한산한 집도 있습니다. 제가 자주 가던 'ㅍ' 집은 없어졌더군요. 시누이가 하던 것 이어받아서 경험이 별로 없다고 털어놓던 그 아주머니의 솔직함이 영업에는 도움이 안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att-6219c143e3ba47ce9ae53218da3750e2.do 영월 서부시장


중앙시장 1층에도 메일 전병으로 특화된 구역이 있습니다. 관풍헌 건너편 골목에 있는 중앙시장은 상가형 재래시장입니다. 서부시장과는 약 500 미터 떨어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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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월읍의 세 번째 상설 시장인 김삿갓 방랑 시장은 주로 의류 신발 등 공산품을 취급합니다. 영월의 대표적인 문화 관광형 시장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영월읍엔 상설시장 말고도 오일장이 있는데요, 동강 변 덕포에 서는 4일, 9일 장이에요. 요즘 오일장이 대개 상설시장에 덧대어 열리는데 덕포장은 특이하게 동강 뚝방 도로를 막고 독자적으로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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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런 '요일장'도 있습니다. 토요일에만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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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역 건너편 '진달래장'에서 열리는데 지역 소상공인과 예술인, 청소년, 일반 주민들이 함께 모여 공연·전시·마켓을 열고 주민 주도의 문화장을 만들어갑니다.


특히 거리 공연, 수공예 마켓, 농특산물 직거래 장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가죽, 퀼트, 손뜨개 공예품 등 지역 작가의 핸드메이드 제품도 선보이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체험 부스도 마련합니다. 올해는 5월 10일부터 9월 27일까지 매주 토요일에 엽니다.




한국의 시장 문화는 고려 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오일장이 주를 이루었는데 농민들이 농사일과 장 보기를 병행할 수 있도록 배려한 지혜였습니다. 오일장의 독특한 점은 참여자들의 다층적 구조에 있지요. 농민들은 자신이 기른 농산물을 팔면서 동시에 필요한 생필품을 구매하는 생산자 겸 소비자였고, 이 시장 저 시장을 순회하는 전문 상인 '장돌뱅이'들이 지역 간 물품 교류의 핵심적 역할을 했습니다.


일제시대와 6.25 전쟁 그리고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전통시장은 우리의 생존과 희망을 지켜온 터전이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 대 들어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의 등장으로 전통시장은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많은 전통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영월처럼 특색을 살리고 상인들의 노력으로 활력을 되찾는 곳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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