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더하면 잘할 것 같은 경영
흔히들 서양 사람들은 먼저 생각한 다음에 뛰고, 한국 사람들은 뛰고 나서 생각한다는 식으로 민족성을 비교한다.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한 우리의 조급한 정서가 일단 뛰게 만든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하는 영어엔 유난히 'anyway좌우간' 가 많이 들어간다.
아이비엠IBM에 의하면 인류 역사 5,000년 동안 축적한 데이터의 90%는 불과 최근 2 년간에 생성되었다고 한다. 이미 2017년도에 나온 얘기니 지금은 퍼센트가 더 올라갔을 것 같다. 이 사람 저 사람 밤낮으로 만들어 올리는 데이터가 초고속으로 늘어나고 그에 따라 세상이 휙휙 바뀌는 요즘, 준비과정을 제치고 돌진하는 행동파 한국 기업들이 덕을 본건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시장이 걷잡을 수없이 날뛴다고 해도, 전략 없이 기업을 경영하는 건 파도에 배를 맡기는 것처럼 위험하다. 경영자의 직무유기다. 바뀌는 시장 환경에 따라 자주 고칠망정, 전략적 방향 설정은 필수적이다. 방향이 틀리면 속도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뛰면서 생각하는 게 답이다, 적어도 지금은.
전략을 바탕으로 매출 계획을 세우고 예산도 책정한다. 그래야지 현금 흐름도 제대로 예측한다. 현금이 막히면 기업은 도산한다. 전략을 잘 세웠다고 부도가 안 나는 건 아니지만, 계획이 허술해서 멀쩡한 회사를 문 닫는 경우도 있다. 전략 방향은 목표로 구체화된다. 조직의 목표를 부문별로 분담하여 그 진도를 점검하는 경영 기법을 목표관리 ( MBO)라고 부른다. 결과 위주로 통제하고 관리하는 거라 평소에 잔소리도 줄일 수 있고 일견 수월해 보인다. 하지만 적절한 목표의 분담과 설정이 핵심이자 함정이고, 과학이자 예술이다. 달성의 주체가 되는 실무자들이 자발적으로 개인 목표를 세우고 그걸 끌어모아서 전체의 목표로 삼는 상향식이 당사자들의 책임감도 크고 이상적이다. 현실은 반대다. 한국 기업에서 목표 설정을 일선 부서에 위임하면 뉴스가 된다. 실제 모 시중은행에서 일어난 사례다.
개인이 세운 목표의 합은 대개 전체 목표에 미달한다. 아무래도 자기 몫의 목표 분담에 인색하다. 괜히 객기 부려서 목표를 높여 잡았다가, 일은 일대로 하고 나중에 생색도 못 내는 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정상적인 조직에서는 무작정 목표를 내려 잡지는 못한다. 자신의 낮은 존재가치를 고백하는 게 되고 마케팅 등 회사의 지원이 그만큼 내려가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한편 목표를 계량하기 어려운 업무들이 있다. 총무, 물류 부서 등 지원 부서의 목표 중에는 재고관리 상 중 하, 매뉴얼 개발 몇 건 등으로 억지로 수치화하기도 한다. 목표치 설정 자체가 일거리가 되는 수가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다양한 부문별 목표의 합이 전체 조직의 성공을 보장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100 킬로그램과 50 킬로미터와 20 리터를 합해서 한 단위의 수치로 만들어 내는 것과 같다. 거꾸로 말하면 전체의 목표를 각 부문의 고유 언어 (임무)로 번역하고, 소조직 간에 충돌 없이, 치우침 없이 나누는 작업이다. 치밀한 경영 능력과 노력을 요구한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의 실제'에서 '목표의 정렬'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고 하면서 실제로 기업 현장에서 한 부문의 목표를 실현시키기 위해 전체 목표를 훼손시키는 일도 있다고 지적했다. 가격이나 신용 조건을 무리하게 양보해가며 '밀어내기'로 맞춘 월간 매출 목표는 오히려 전체 조직의 손익에 해악을 끼친다. 목표는 잘게 썰어 놓아야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항상 옳은 건 아니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목표를 달성해서 보너스 잔치를 벌이는데, 회사의 경영 성과가 저조하다면 목표 자체와 그 배분에 실패한 것이다. 부문별 목표는 정밀하고도 조화롭게 설정하고 할당해야 한다. 그래서 과학이자 예술이다. 경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