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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감 Nov 08. 2020

여행을 같이 하면 사람을 알게 된다. 인생도 그렇다.

신혼여행을 떠난 신혼부부가 남남으로 돌아왔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친한 친구끼리 우정 여행을 갔다 와서 오히려 관계가 서먹해져서 관계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사람을 알려면 함께 여행을 가보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당일치기를 제외하고는) 여행 일 수만큼 낮과 밤의 순환을 같이 겪으면서 지지고 볶으니 그동안 밀착의 정도가 상당한 셈이다. 물건은 밀착한 상태에서 움직이는 방향이 다르면 마찰이 발생하게 되어있다. 


여행 중에 먹는 것 같은 사소한 문제를 놓고 다투다가 상대에게 상처를 주고 전면전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극단적인 사례이겠지만 여행지에서 길 찾다가 싸우고 이혼했다는 부부도 있다. 가족이든 친구든 평소에 같이 경험하지 않았던 환경에 노출되면 생소한 상황들이 파편처럼 튀어서 그 편안했던 관계에 충격을 주게 된다. 당사자들 간의 관계가 삼차원적으로 폭이 넓고 길수록 ( 오래되고 깊을수록 ) 그 충격은 심각한 실망과 좌절로 나타난다. 단체 여행에서 만난 뜨내기 관광객들 간엔 당연히 실망이고 자시고 없다. 


흔히들 인생을 여행에 비유한다. 여행이나 인생이나 좋은 동반자가 있으면 기쁨은 배가되고 어려울 때 큰 힘이 된다. 누구와 같이 가냐, 누구하고 사냐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믿었던 동반자가 전에 없던 이상한 말과 행동으로 상대를 실망시키면서 마찰이 생기고 평화가 깨지게 된다. 돌발 상황의 배경을 살펴보면 다른 한쪽에도 책임이 있다. 사람이 무시와 억압 등 극단의 스트레스를 받으면 그로부터 탈출하려는 방어 본능이 발동하면서 비이성적이고 이기적인 언행이 튀어나오게 된다고 한다.  


한 사람이 직장에서 상사, 동료, 부하를 대할 때, 교회에서 교우들과 얘기할 때, 집에서 아이들과 놀 때의 각각의 얼굴은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 것만큼이나 다르다. 인간은 다면적이다. 동일한 외부 자극에 대해서도 어디서 누구와 얽혀있냐에 따라 그 반응과 행동양식이 달라진다. 본능에 따라 반응하려는 욕구보다 당면한 소속이나 환경에 좋은 면을 내보이고 유지하고 싶은 욕구가 클 경우 거친 언행을 억제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한쪽에도 (문제의 발단이 되기도 하고 동시에 소속된 환경의 질을 공동으로 결정하기 때문에) 파탄의 책임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쌍방 과실인 셈이다. 도로에서 자동차 접촉사고가 나면 보험사 직원이 와서 가해자 피해자, 과실 여부와 비율을  판정한다. 인생 여정에서 발생하는 접촉사고는 와서 판정해줄 사람이 없으니 양측이 인생을 길거리에 세워놓고 다투게 된다. 그러다가 치명적인 '이차 사고'도 당한다. 


그러기 전에, 동반자가 비이성적이고 생소한 면을 드러내야만 했던 불가피한 상황이 무엇이었는지를 찾아보자. 그리고 그 상황에 대한 나의 책임을 인정하고 상대방과 타협하는 게 바람직하다. '보험사 직원'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과실 비율'을 내게 가혹하게 매길수록 관계는 쉽게 회복된다. 결국 각자가 어떤 면을 보이냐는 그 소속의 질에 달려 있고, 그 질은 구성원이 공동으로 책임진다.   


길거리에서 차 사고가 난 현장을 지나가면서 사고 과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아니 저 차는 왜 그쪽에서 나왔지?  그러고 어떻게 이쪽 차는 방향을 이렇게 틀었고.. 등등.  운전하다가, 일하다가, 살다가... 정신 줄 놓으면 자기도 설명하지 못하는 사고를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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