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a

by Min

“나는 오빠가 좋은데”


더 표현해 달라는 서운함인걸 왜 몰랐을까.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다. 알면서도 깊게 생각하려 하지 않았다. 원래 언행으로 보여주려는 사람이기에 시간이 필요 할 뿐, 이미 충분하다 생각했다. 그 충분이 나에게나 충분이지 상대에겐 폭력일 수 있는 이기심이었음을, 그 때는 그걸 몰랐다.

그러고 보면 먼저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놀랍다. 어쩜 그랬을까. 지나고서 곱씹으니 떠오르는 백만스물한가지 미안함 중 유독 진한 흔적이다.


연인이 딸 같은 연애를 하라던데, 운 좋게도 그걸 해봤다. 그 아이가 배시시 웃으면 마음 속 어둠이 환하게 걷히고, 입에 뭐가 들어가 오물오물 하고 있는걸 보고 있자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그 아이 입에서 나오는 단어는 음운과 의미 바깥에 한 가지 층위를 더 가졌다. “오빠”는 더 달콤하고, “미안해”는 더 저릿하며, “고마워”는 존재의 의의를 일깨워 줬다. 신기했다. 같은 단어임에도 어쩜 그리 선명하고 강렬했을까. 흔히 말하는 애정필터라기엔 너무도 실제적인 감각이라 지금도 그 여운이 생생하다.

30대가 되어서야 비로소 경험해 본 진짜 연애. 하루하루가 눈부셨다.


“날 데리러 오라!”

원래 그러지 않던 아이가 취기 오른 귀여운 목소리로 나를 찾을 때, 나는 분명 하늘을 날고 있었다.


굳이 더 표현하려 하지 않은 것.

내 속 이야기를 내어놓고 함께 나누지 않은 것.

내 기준에 매몰되어 멋대로 이끌려 한 것.

지나가듯 전해온 진심을 흘려 들은 것.

편안하고 안정적이란 핑계에 안주하여 더 대화하지 않은 것.


감정과 생각이 한 박자 늦은 모지리는 뒤늦게 반성하며 한 숨 깊이 쉬어본다. 내 판단에 가려 미처 다가가지 못한 숨겨진 모습과 생각이 많을텐데. 이제는 그저 지난 가능성으로 남아 씁쓸하다.


언행 하나하나가 오밀조밀 총체적으로 미치게 귀여운 사람.

사랑을 받는 법도, 사랑을 주는 법도 알아 이를 나누고 표현할 줄 아는 사랑스러운 사람.

마지막까지 나를 고마운 사람이라 칭해준 용감한 사람.


그렇게 나의 30대를 가장 환하게 밝혀주었던 고마운 사람.

그곳에서는 더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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