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하원 시간 어린이집을 가면 아이가 나오는 동안 내가 늘 하는 일이 있다. 현관에서 신발장 신발 개수를 세는 일이다. 오늘은 몇 명이 남았는지 너무 늦게 온 것은 아닌지 습관처럼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듯 신발 개수를 세며 확인을 한다.
일하는 엄마를 둔 우리 꼬달이는 어린이집을 1등으로 등원해야 하는 날이 많았다. 하원 시간도 다른 게 없어, 저녁 6시가 넘어 하원을 시키곤 했다. 하원도 등원도 1등인 우리 아이. 어린이집 방학 기간에도 쉬는 날 없이 등원하는 근면 성실한 아이. 모범생 중에 모범생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출근을 했기 때문에 커다란 신발장에 2~3개 신발이 남아있는 날이 많았다. 사무실 일이 마무리가 안 돼 자칫 늦는 날은 신발장에 우리 꼬달이 신발만 덩그러니 있는 날도 있었다. 아이에게 밀려오는 미안함.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
일을 다닐 때 보다 하원 시간이 빨라졌지만 여전히 신발장 속 꼬달이 신발을 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신발장에 아이들 신발은 15켤레 이하로 남아있다. 어린이집 아이들이 절반도 남아있지 않다는 뜻이다.
요즘 나는 내 개인 시간을 줄이고, 더 일찍 꼬달이를 만나러 간다. 시간만의 문제는 아니다. 난 미래를 생각하게 되었다. 내년에 학교를 가면 집에 있던 기관을 가던 꼬달이의 새로운 스케줄은 생길 것이다. 학교를 가야 한다는 건 돌봄을 넘어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많이 진다는 뜻이다.
이제 보호받기보다는 자신을 보호할 힘을 만들어야 한다. 세상에 많은 것들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가져야 한다. 언제까지 다칠까 상처받을까 아기처럼 키울 수는 없는 것이다.
꼬달이도 세상과 가까워질 준비가 필요하다. 내년에 학교를 다니면 하교 후 시간을 꼬달이와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녀야겠다 계획하고 있었다. 내년을 위해 미리 연습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엄마인 나에게도 준비가 필요하다. 아이와 단둘이 바깥활동하는 시간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 둘만의 외출 시간을 조금씩 늘리며 꼬달이의 돌출 행동에도 혼자 대처할 준비가 필요하다.
다른 아이들처럼 일찍 어린이집을 하원하고 놀이터에서 놀아주지 못했던 시간들. 구멍을 채워나가듯 일단은 엄마와 함께하지 못한 부족한 시간을 채워보고자 한다.
이미 어린이집 생활에 잘 적응해 있는 꼬달이의 마음은 어떤지 모르겠다. 꼬달이는 엄마와 단둘이 외출하는 시간이 좋을까? 요즘 엄마가 왜 일찍 어린이집으로 자기를 찾으러 오는지 궁금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