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해지는 언어>잘록하다

날씬해지기. 건강하기. 자신 있게 뱃살 빼기.

by 눈항아리

​​우리 부부의 배는 닮았다. 남편의 배가 둥그스름해질 무렵 그 모습이 귀여웠다. 그러면 안 됐었다. 그 배가 금방 부풀어 올라 빵빵해졌다. 내 배는 안 그럴 줄 알았다. 네 번의 임신과 출산을 거치며 늘어진 살가죽은 그 안에 지방을 채워 넣었다. 처음에는 앞으로만 볼록 하더니 차츰 양쪽 허리 선도 불룩하게 바뀌었다. 부부는 닮는다더니 배 모양까지 닮아버렸다.


운동으로 8킬로그램을 감량해 운동 신화를 쓴 우리 첫째, 복동이. 우리 집에 운동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다. 아이가 그랬다. “뱃살은 안 빠져요. 빠져도 가장 나중에 빠져요. ” 나는 이런 것에 안 넘어간다. 너는 뺐으면서 왜 나는 안 된다는 거냐. 나도 뺄 수 있다. 오로지 뱃살만 생각하며 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나의 배를 보지 말고, 날씬한 남의 배만 보며 바라고 바라자. 운동을 한다고 하면 주위의 방해를 물리쳐야 한다. 확고한 신념, 강한 바람만이 목표를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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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남의 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다녔다. 아들 셋의 배를 부럽게 쳐다보았다. 셋째 달복이의 빼빼 마른 배는 훌쩍 걷어 보았다. 너무 살이 없으니 왠지 빈약해 보인다. 달복이는 배를 쏙 집어넣으면 갈비뼈가 도드라져 보인다며 진기한 기술을 선보인다. 숨을 들이마시고 가슴 위를 부풀린 다음, 배를 홀쭉하게 만든다. 영 볼품이 없다. 나는 그런 홀쭉이, 앙상한 나뭇가지, 뼈다귀, 멸치를 바라는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찾는 ‘날씬한 언어’는 허약하지 않으면서 건강함을 포함한다. 그래서 <날씬한 언어>를 찾는데 ‘빼빼 마르다’는 제외했다.

셋째 달복이야 영 말라서 그렇다지만 중고등학생인 큰아들들의 배도 영 라인이 안 산다. 그냥 밋밋하다. 허리 라인이 여자와 다르다. 복실이의 허리만 해도 벌써 엉덩이와 허리 곡선이 살아나고 있다. 다 큰 남자는 좀 다르려나? 다시 남편의 허리 라인을 상상하다 멈칫했다. 중년의 남자 허리 라인은 절대 넘보지 말자.

남자의 허리는 옷의 라인만 봐도 분명하다. 통짜, 일자. 드러나는 것은 배가 나왔냐 안 나왔냐만 구분이 된다. 내가 너무 상상력이 부족한가? 중년 남편의 배에 너무 익숙해져 버려... 남자의 허리라인에 대한 고정관념은 나중에 털어버리기로 하자. 나는 남자는 빼고 여성의 뱃살을 공략하기로 한다. 남의 뱃살을 빼자는 것이 아니고 내 뱃살을 빼기 위해 남의 허리를 관찰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선을 밖으로 돌렸다. 날씬한 언어를 찾을 수 있을 거다. 고개만 돌려도 날씬한 사람을 찾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환경인가. 출근길 차를 몰아 가게 골목으로 꺾어 들어오는데 고깃집 사장님이 걸어간다. 허리 라인이 살짝 살아나는 검은색 면 티셔츠를 입고, 카키색 반바지를 입었다. 그렇다. 여성의 티셔츠는 일자로 생겨도 허리 라인을 따라 흐른다. 잘록한 허리 라인을 부러 강조하지 않아도 드러나게 마련이다. 50대 그녀의 뒷모습은 날씬하다. 당당한 허리, 잘록한 그녀의 허리, ​옆구리 살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부럽다.

뒷모습이 날씬해 보이려면 옆구리 살을 먼저 정리하면 되겠다. 앞 배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먼저 나의 뒷모습 허리 라인을 잘록하게 만들자. 지금까지 앞 배를 중심으로 뱃살 운동을 했다.

우선 이틀 동안의 나의 뱃살 운동을 살펴보겠다.

식후 한 시간을 제외하고 배에 힘을 (빡!) 주고 날씬한 배인 것처럼 하고 다닌다. 식후에는 소화에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1시간의 텀을 줬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뱃살이 심각했다. 뱃살이 많아서 그랬는지 윗몸일으키기를 못했다. 10대부터 연마한 뱃살 힘주기라서 그리 힘들지 않다. 결혼 전까지도 숨기고 다녔던 뱃살이다. 배에 힘을 주고 쑥 집어넣은 상태에서 숨쉬기가 아주 자유롭게 된다. 그런데 이제는 배에 아무리 힘을 줘도 뱃살이 많이 삐져 나온다.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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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발견하기 위해 귀 기울이다 자연스레 글쓰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가족, 자연, 시골생활, 출퇴근길,사남매의 때늦은 육아 일기를 씁니다. 쓰면서 삶을 알아가고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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