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우소> 문지방, 문틀을 닦으며

by 눈항아리

지난번 식초를 넣은 세정제 냄새는 고역이었다.

그리하여 준비한 레몬즙.

베이킹 소다를 붓고 레몬즙을 뿌려댔다.

보글보글 올라온다.

유독 물질 아닐까?

얼른 코를 막아 본다.

(거품은 이산화탄소다. 일부러 마시지는 말자.)

보글거리다 뻥 터지지는 않겠지?

​이런 두려움을 안고

천연 세정제를 또 제조해 보는 이유.

종일 화장실 문틀 누런 틈새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아이들이 수시로 드나드니 락스 세제를 마구 쓸 수 없다.

틈이 많이 벌어진 문틀 아래쪽의

속이 채워지지 않은 틈새가 확대되어 보였다.

백시멘트가 모자라는 좁은 공간이다.

문틀이라서 물청소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물이 늘 튀어서 더러워지는 곳이다.

그리하여 독하지 않은 천연 세정제

냄새가 고약하지 세정제를 찾다 찾다,

레몬 & 베이킹소다를 택했다.

칫솔에 묻혀 슥슥 발랐다.

두툼하게 바르고 지켜봐야 하는데...

1분도 안 되어

둘째 아들 녀석이 씻겠다고 성화다.

나는 10분은 참으면서 기다릴 수 있는데

당최 아이들이 욕실, 화장실을 써대니 원.

나는 정말로 대체로 참을성, 인내심이 뛰어난 사람이다.

얼른 칫솔로 솔질을 하고

젖은 천, 마른 천을 바꿔가며 세제의 흔적을 없앴다.

문지방, 문틀을 싹 말리고 난 후

아래쪽 바닥 줄눈은 물로 씻어내려고

멀리서 샤워기로 물을 뿌렸다.

물방울이 방울방울 모여 문틀 사이로 들어가 금방 흥건해진다.

문에 묻은 물방울도 문을 닫으면 문틀 사이 틈새로 다 들어가 맺혔다.

문틀 사이로 물이 흘러들어 가고 있었다.

이런!

문틀을 마른 천으로 수시로 닦아야겠다. ​



문을 닦았더니 문틀이 보였다.

문틀을 닦다 보니 문지방이 보였다.

그리고 문지방의 들뜸이 보였다.


시선은 눈높이를 따라간다.

앉으면 낮은 곳이 보인다.

낮은 곳에 낀 작은 틈새가 보였다.

꼼꼼히 살피면 작은 티도 잘 보인다.

앉지 않았다면 시선을 내리깔지 않았다면

보이지 않았을 먼지 구덩이를

문지방 틈새에서 발견했다.

물이 흥건하고 먼지가 밀려 들어가고

고이고 쌓이고 가득 차 있겠지.

뜯어보지 않는 이상은 상상할 수밖에.

그냥 눈을 감고 생각하지 말고 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

문틀을 들어낼 수도 없고 난감하다.

안 보고 살았으면,

그냥 모르고 살았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지만 보았으니 어쩔 수 없다.

백시멘트를 다시 채워 넣든 실리콘 마감을 하든

수를 써야겠다.

그리고 애초에 왜 욕실 문지방을 이렇게 낮게 만든 것일까.

물이 튀는 걸 뻔히 알면서.

적어도 욕실화를 놓고 문이 닫힐 정도의 높이는 되어야 하지 않았을까?

화장실 공사를 할 적에

남편이 지나가면서 했던 말이 어렴풋이 생각나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집에 관한 공사, 수리 등에는 영 관심을 안 기울이니까.

그러나 다음번에 화장실 공사를 하게 된다면

꼭 문지방은 높이고 마감을 꼼꼼히 챙겨야겠다. ​​

화장실은 좁으나

화장실 청소의 세계는 넓다.

나는 낮은 곳을 보고

손에 닿는 곳만 문지르면 될 줄 앓았는데

낮은 곳이라고 넓지 않은 건 아니었다.

문지방, 문틀 속 거대한 공간에 대해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다 썩어 문드러지면 문지방을 다 들어내고 바꾸기도 한다는데

그러기 전에 관리를 잘해야겠다.

문과 문틀이 부풀거나 썩을 기미는 안 보인다.

아직.

다행이다.


‘살림의 기적 100일 살다 4’ <해우소>는
화장실 청소를 하자는 나와의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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