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움과 무거움의 균형 잡기
가벼운 추석을 위해 책을 들었다.
무거워서 들지 못하던 책을 가뿐하게 들었다.
긴 연휴에 걸맞은 길고 묵직한 일들이 나열되며 나를 지그시 내리누른다.
평소에 없던 교통 체증을 경험하며 가게로 간다.
느린 공사를 한다. 그런데 비가 온다.
밥은 먹어야 한다. 명절식으로.
나는 밥을 안 한다. 시댁식으로 먹는다. 많은 관심과 배려 속에.
친정은 마음은 백 번 다녀왔다. 전화만 한 통 했다.
이런 무거운 생각들은 한 번씩만 한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가볍다.
무거움과 가벼움의 차이를 책의 무게로 좀 균형을 맞춰 볼까 하는 우스운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내가 벽돌 책을 좋아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닐 셔스터먼의 SF판타지 소설을 읽고, 급 선회해 <코스모스>로 간다.
현실이 무겁다면 책으로 도망치는 것도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나는 좀 자주 그런다.
그게 문제일 수도 있다.
그래도 좋다.
책은 때로 현실보다 더 무겁다.
무거운 것 속에 절여져 있으면
현실의 무게가 조금 가뿐해질 수도 있으니까.
우리는 하늘의 별을 빛나는 작은 점 하나로 인식한다.
우주에서 비라보는 지구 또한 그렇다.
그러나 독서가 늘 회피를 위한 방편은 아니다.
사람이 어디 한 가지만 하고 살 수 있겠는가.
밥은 해 먹고살고
인간관계에 속해서 복작거리며 살고
나 혼자 책이라는 세계 속에서도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