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가벼운 추석 3

가벼움과 무거움의 균형 잡기

by 눈항아리

가벼운 추석을 위해 책을 들었다.

무거워서 들지 못하던 책을 가뿐하게 들었다.

긴 연휴에 걸맞은 길고 묵직한 일들이 나열되며 나를 지그시 내리누른다.



평소에 없던 교통 체증을 경험하며 가게로 간다.

느린 공사를 한다. 그런데 비가 온다.

밥은 먹어야 한다. 명절식으로.

나는 밥을 안 한다. 시댁식으로 먹는다. 많은 관심과 배려 속에.

친정은 마음은 백 번 다녀왔다. 전화만 한 통 했다.

이런 무거운 생각들은 한 번씩만 한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는 가볍다.


무거움과 가벼움의 차이를 책의 무게로 좀 균형을 맞춰 볼까 하는 우스운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내가 벽돌 책을 좋아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닐 셔스터먼의 SF판타지 소설을 읽고, 급 선회해 <코스모스>로 간다.

현실이 무겁다면 책으로 도망치는 것도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나는 좀 자주 그런다.

그게 문제일 수도 있다.

그래도 좋다.

책은 때로 현실보다 더 무겁다.

무거운 것 속에 절여져 있으면

현실의 무게가 조금 가뿐해질 수도 있으니까.


우리는 하늘의 별을 빛나는 작은 점 하나로 인식한다.

우주에서 비라보는 지구 또한 그렇다.


그러나 독서가 늘 회피를 위한 방편은 아니다.

사람이 어디 한 가지만 하고 살 수 있겠는가.

밥은 해 먹고살고

인간관계에 속해서 복작거리며 살고

나 혼자 책이라는 세계 속에서도 사는 것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열흘 가벼운 추석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