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 일기> 우선순위는 바뀐다

by 눈항아리

건강이 최고다. 아프면 일상이 멈춘다. 아픈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며칠 내내 종일 계속 다른 건 다 생각이 안 나고 내 몸 아픈 것만 생각났다. 아프니 청소도, 밥도, 빨래도, 아이들도 다 후순위로 밀렸다. 퇴근 후에도 내 운동이 먼저였다.


어느 날 아침 집을 나서며 마지막으로 ‘찰칵’ 마음속에 찍은 사진 속 장면이 오래도록 남는다. 백팩 지퍼를 닫기 바로 전, 손바닥만 한 박스에 든 진통제를 마지막으로 가방에 챙겨 넣으며 출근 준비를 마쳤다. 몸을 안전하게 보전하기 위한 노력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었다. 팔을 최대한 보호하고 몸을 사리고 관심을 기울였다.


그런데 건강보다 먼저인 게 있었다. 바쁘니 아프던 팔이 멀쩡해졌다. 그동안 덜 바빠서 팔이 아프네 마네 절절맸었나 싶을 정도였다.


바쁜 하루를 마무리했다. 쇼케이스에 수제청을 가득 채워 넣을 수 있을 만큼 고된 노동을 한 하루였다. 불 꺼진 주차장을 벗어나며 생각했다. 왜 눈앞이 침침할까. 팔은 안 아픈데 대신 눈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비가 창문을 때려대는데 와이퍼를 안 움직이고 있었다. 시댁에 들러 아이들을 태우고 골목길을 나서며 다시 한번 더 생각했다. 왜 눈앞이 침침할까. 앗차, 안경을 안 썼다. 한밤중 빗길 운전은 눈을 반쯤 감고 하는 것과 같다. 안경까지 없으니 순간 앞이 막막해 보였다. 다시 가게로 돌아가 벗어놓았던 안경을 집어 쓰고 나왔다.


운전대를 잡고 눈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레이저 빔이 나올 정도로 강력한 눈빛으로 물빛이 반사되는 까만 도로를 노려보았다. 하얀 선, 노란선이 보였다 안 보였다, 들쭉날쭉했다. 감각을 최대한 동원해 내가 운전해 가는 길을 선과 선의 중간에 위치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흰자위에 벌건 핏대가 섰다. 눈이 아픈 것 같다.


우선순위는 늘 변한다. 팔이 계속 아픈 건 아닐 테다. 지금은 눈이 더 아프고 감긴다. 그리고 팔은 얼얼하다. 주사를 놔주는 간호사는 주삿바늘로 찌르는 고통보다 더 강력한 고통을 먼저 선사한다. 엉덩이 주사를 맞을 때면 찰싹 손바닥으로 찰지게 살을 때려댄다. 고통을 더 큰 고통으로 덮어버리는 효과다.


온 신경을 어디에 쏟고 있느냐에 따라 우선순위가 결정된다. 아픈 것보다 더더더 큰일이 생기면 안 아프게 된다. 지금의 통증과 고통과 아픔이 계속되는 건 아니다. 그것에 위안을 얻어보자. 지금은 잠의 고통으로 괴롭다. 눈을 거의 다 감고 타자기 위에서 손가락을 놀리고 있다. 빗길에서 어둠이 사라지길 바라고 바랐는데 잠이 오는 눈은 누군가 빛을 얼른 앗아가 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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