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려도 꽃은 피고 나비는 난다

by 눈항아리
비가 내리는 중에 부추 꽃이 별처럼 피어났다. 나비가 날다 한 무더기 부추 꽃에 세 마리나 앉았다.

비가 내려도 꽃은 피고 나비는 난다.

비가 내려도 새는 떼 지어 날아간다.


가을비인 줄 아는가 국화꽃 망울지더니

오는 비를 맞으며 꽃망울을 터뜨린다.

추적거리는 비에 꽃잎을 활짝 펴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수그린다.


비가 내려도 열매는 만들어내야 하고

가을의 끝자락까지 초록의 싱그러움을 뽐내야 한다.


비가 오는데 벚꽃 잎이 노랗게 빨갛게 물들었다.

갈빛으로 변하더니 바닥에 후드득 떨어진다.


비가 계속 내려도 계절은 가을을 지나 겨울을 향해 가고 있다.


국화는 빗속에서 꽃망울을 터뜨렸다. /초록잎 무성한 체리세이지를 한 아름 꺾어 왔다. / 설악초는 씨앗을 품었다. 비를 맞으며 열매는 여물어 간다.


여름 장마보다 지독한 가을장마.

제습기를 꺼냈다.

이불장과 서랍장을 활짝 열고 방문은 꼭 닫고 제습기를 켜고 출근했다.

퇴근하니 이불장, 서랍장, 방문, 베란다 문이 모두 열려 있었다.

온 세상의 빗물을 다 머금은 안방의 제습기에 물이 가득 찼다.

묵직한 물받이를 꺼내 낑낑거리고 들고나가 비웠다.

아침에 가장 늦게 현관문을 나선 건 누굴까.

내 방문을 연 아들아.

오늘도 비가 온다.

오늘은 성공하리라.

제습기를 틀고 내 방문을 닫고 출근했다.

보송함이 그리운 날들.

그러나 비가 계속 내려도 일상은 흘러간다.


생각해 보면 여름 장마가 더 지독했던 것 같다.

한여름의 습기는 후텁지근하고 끈적거리면서도 짜증스럽다.

올해는 그 여름 장마가 없어서, 한 해 걸렀다고 그새 잊었나 보다.

한 여름의 묵직했던 날들.

통에 든 제습제, 거는 제습제, 서랍에 넣는 제습제 등을 종류 별로 사들이고,

제습기를 돌아가며 틀고도 모자랐다.

그나마 시원한 온돌 바닥이 뜨끈뜨끈 해지도록 보일러를 돌리고

더워진 공기는 에어컨으로 식히는 그런

에너지 비효율의 날들도 있었다.

올해는 유독 여름 장마 기간에 비가 안 왔는데도 불구하고

근무복 다섯 벌을 돌려서 입는 택배 아저씨는 옷이 안 말라서 중간중간 사복 티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우리도 예전엔 건조기가 없을 적엔 빨래 말리는 게 일이었는데

지금은 역시나 에너지에 기대 습기를 말리고 있다.

여름 철 정전이 되었을 때 다른 것은 걱정이 없었으나 빨래가 가장 걱정이었다.

지금은 습도가 올라가기는 하지만 여름만큼은 아닌 것 같다.

덥지 않아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제습기를 이제야 꺼내 틀었다.

진즉에 틀 것을

비가 이제나 저제나 그치나 안 그치나, 하늘만 바라보다 그랬다.


대체 비는 언제까지 오는 것인지.

10월 초, 추석 연휴가 시작되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다.

비가 계속 내려도 일상은 계속된다.

건조기에 뽀송하게 말린 옷은 실내에 들어오면 다시 눅눅해지는 그런 일상.

아무리 바싹 말려도 공기 중에 스며든 습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비가 그치지 않는 한 쭉 계속.

비가 너무하다.

벌써 보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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