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복실이는 엄마 팔이 계속 아파서 걱정이란다.
고모 목 디스크가 심해질까 봐 걱정이란다.
아픈 것 말고 나에게는 아주 사소한 걱정거리가 있다.
복이와 관련된 걱정이다.
복이는 중2다. 쑥쑥 잘 자라는데 웬 걱정.
“엄마는 복이 오빠 걱정이 있어.”
“핸드폰 스피커로 음악 듣는 거? ”
“아니 그건 이미 예전 일이지.”
그건 이미 지나간 일이다. 잔소리를 하도 해서 이제는 식상한 일이다.
“비뚤어진 성격? 동생들 놀리고 그러는 거? ”
“그건 생긴 게 그런 거야. 냉미남 몰라? 차도남이라고 하나? 차가운 도시 남자. 아님, 그냥 중2 병이라 생각해. ”
복실이는 중 2병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복이에 대한 걱정은 중2병 보다 더욱 심각하고도 사소하다.
지금 바로 당면한 걱정거리.
복이의 키가 쑥쑥 커서 그렇다.
“키가 쑥쑥 크는 건 좋은 게 아니에요?”
키가 크는 건 좋은 거다.
복이는 애초에 작은 적이 없었다.
초1부터 쭉 컸다.
학교에서 제일 컸다.
중 2가 될 때까지 거의 늘 항상 상위권이다. 키로.
아이의 키 걱정을 안 한다는 건 행운이다.
키 작은 아이도 집에 있어서 그 맘을 나도 안다.
셋째 달복이의 키는 학년에서 작은 키로 3,4등이다.
키 클 날이 창창하니 달복이의 키는 걱정은 안 한다. 안 한다.
(속으로 엄청 많이 걱정된다)
달복이는 키가 키가 작아 걱정이지만 나는 괜찮다. 괜찮다.
작은 키 때문에 걱정인 아들도 있는데 왜 복이의 큰 키가 걱정일까.
키만 크면 말을 않는다.
왜 키에 비례해 몸무게가 안 느는 걸까.
복이가 그랬다.
“엄마 양말 긴 걸로 사줘요.”
교복 바지가 짧아져서 발목이 시리다고 했다. 그럼 양말이 아니라 바지를 살 일이지.
그래서 교복 바지를 사러 가기로 했다.
사시사철 체육복 바지만 입고 다니니 체육복 바지가 교복 바지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사소한 문제가 있다.
이 녀석은 다리만 길어지고 살은 안 찐다.
무슨 다이어트를 하는 것인지
청소년기 아들놈이 몸무게가 몇 년째 제자리다.
설마 몸무게를 늘리기 싫어서 관리를 하는 건 아닐 테고.
길어진 다리도 문제이지만 허리가 개미허리라는 말씀.
기성복 체육복 바지는 호수가 커지면 바지 길이가 길다.
그리고 허리와 품이 커진다.
큰 바지를 입으면 줄줄 흘러내리지나 않을지.
다리가 얼마나 길어지는 건지.
내 유전자를 많이 물려받아 머리도 좋고 잘 생긴 녀석이
어떻게 내 짧은 다리는 안 물려받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녀석은 늘 나의 짧은 다리를 신기해한다.
보통 빨래를 개키면서 내 바지를 들고 이렇게 묻는다.
“이 바지 엄마 거야, 복실이 거야? ”
아니면 이렇게 묻는다.
“어거 칠부바지 아니야? ”
“자기야! 복이가 나 또 놀렸어! ”
매번 남편에게 일러주지만 온 가족의 웃음으로 집안은 난장판이 된다.
아이들의 손에 들려 내 바지는 집안을 한 바퀴 순회한다.
굴욕적이다.
허리가 가늘어 바지가 흘러내리는 건 아쉽게도 안 굴욕적이다.
아들을 개미허리라고 놀리면 되려 내 배가 남산만 하다고 놀릴 것이 뻔하다.
긴 다리 복이는 양말 택배를 받아 들고 기뻐했다.
장목 양말이라 발목이 안 시리겠다면서 ‘하하하’ 웃었다.
긴 다리 복이는 내일 체육복을 사러 간다.
한 치수 큰 바지로 사기로 했다.
짱짱한 고무줄도 사 와야겠다.
사소한 걱정이 아니라 사실 아들의 체형이 부러운 거였네.
나도 다리가 길고 허리가 얇으면 좋겠다.
허리가 얇아서 걱정을 좀 해보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는 허리 사이즈가 아닌 배에 맞춰 바지를 입어야 한다.
출산이 시작된 후,
나는 그러니까 10년을 넘게 고무줄 바지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고무줄 바지 내 생애 끝까지 가야 하는 걸까.
아이들도 편한 옷, 운동복 바지를 주로 입혔다.
그런데 얼마 전 복이가 옷 가게에 가서 바지를 사 입었다.
허리가 커서 세 번이나 바꿨다.
허리가 26이다. 부럽고 부러웠다.
부러우면서 살 좀 찌우라고 아들의 등뼈를 철썩 때리곤 한다.
복이는 롱다리 개미허리.
나는 숏다리 배 나온 허리.
우리는 모자사이인데 왜 이렇게 다른 건지.
아들을 닮고 싶다. 진심.
내 다리는 복구 불가능하고 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