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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지 말아

by 눈항아리

바라지 말아.

속이 쓰리니까.


바라지 말고

주기만 해.

나에게 무한한 것을 주면 되잖아.

그저 보아주는 눈빛 같은.



아낌없이 보아주고

과분하게 받았지.

보는 것만으로도

많이 받는 느낌.



꽃을 보면 그래.



보아준 것이

준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어.

꽃에게 받은 것이

받은 것인지 아닌지 헷갈리기도 해.



애초에 꽃이 나에게

뭔가 주기를 바라지 않았지.

그러니 꽃이 보여준 작은 호의가

크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지.



주고받는 관계가 아니라서,

피 터지게 싸워 빼앗아야 하는

공통의 것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지.



애초에 그런 관계 속에서만

바라지 않는 게 가능할지도.



바라지 말아.

아낌없이 주기만 해.



넌 세상에게

무얼 줄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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